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이 자동차부품업체인 한온시스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인수후보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 사장은 한온시스템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을 두고 조 단위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인수합병으로 한온시스템의 덩치는 커졌지만 수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인수대금을 감당할 수 있는 후보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3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의 지분가치가 6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종가 1만8400원 기준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은 9조8219억 원이다.
한앤컴퍼니는 한온시스템의 지분 50.5%를 들고 있는데 이 지분의 단순 시장가격만 5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가량 붙게 되면 인수자가 한앤컴퍼니에 지급해야 하는 대금은 6조 원을 넘을 수도 있다.
매각규모가 6조 원 수준인 만큼 지불여력이 있는 인수자 후보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온시스템은 2018년 약 1조3천억 원 들여 마그나그룹의 유압제어(FP&C)사업부를 인수하며 이른바 볼트온 전략으로 몸집을 키웠다.
볼트온(Bolt-on) 전략은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업적으로 연관있는 다른 기업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것을 말하는데 한 사장이 적극 활용해온 투자전략이다.
한 사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한온시스템의 가치를 끌어올린 데는 성공했지만 그만큼 덩치가 커진 탓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인수후보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다만 한온시스템이 자동차 공조 및 열관리분야에서 세계 2위 업체이며 최근 전기차 부품 관련 경쟁력을 키워 수주를 늘리고 있는 점은 인수후보들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릴 만한 요소로 꼽힌다.
박준호 한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에서는 배터리 및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열관리가 중요하다”며 “한온시스템의 공조시스템과 열관리 기술력의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온시스템은 일부 일본 완성차기업을 제외하고 현대자동차그룹과 폴크스바겐, GM 등 대다수 완성차업체에 전기차 핵심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전기차시장 확대 속도보다 한온시스템의 실적 증가속도가 더 가파를 것으로 기대됐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12월 한온시스템의 지분 69.99%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함께 사들였다.
한앤컴퍼니는 2조8400억 원을 들여 지분 50.50%를 매입했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조1천억 원에 지분 19.49%와 우선매수권을 확보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는 만큼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후보로 자주 거명된다.
다만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이 경영권 분쟁에 휩싸이는 등 내홍을 겪고 있는 탓에 조 단위 인수합병을 추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014년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사들일 당시 한라그룹이 인수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 한라그룹의 만도기계와 미국 포드사가 합작해 설립한 한라공조가 모태다.
이후 1999년 IMF를 겪으며 포드의 부품자회사인 비스테온으로 경영권이 넘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로 이름을 바꾸게 됐고 이를 2014년 한앤컴퍼니가 인수했다.
정몽원 만도 대표이사 겸 한라그룹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한온시스템(한라공조)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내 비친 바 있다.
정 회장은 2010년 “한라공조 초대사장으로서 지금도 한라공조에 관심과 애정이 많다”고 말했고 2012년 “당연히 한라공조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온시스템이 2014년 인수합병시장에 나왔을 때도 임기영 당시 한라홀딩스 사장은 “한라비스테온공조(한온시스템)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한라그룹은 2014년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시급했던 탓에 인수를 추진하지 못했다. 당시 한라그룹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체력을 키운 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을 매각 할 때를 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한라그룹에서 자동차부품 제조부문을 분할해 설립한 만도의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2014년 연말 기준 250.3%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88.9%로 줄었다.
같은 기간 현금성 자산은 1603억 원에서 5614억 원으로 증가했으며 잉여현금흐름(FCF)은 176억 원에서 2536억 원으로 뛰었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을 합한 값으로 순유입된 현금을 나타내는 지표다.
2014년과 비교해 재무지표가 개선되긴 했지만 조 단위 인수자금을 감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