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그룹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쥔 자동차부품업체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할까?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온시스템 인수를 통해 계열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부회장(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대표이사 사장(왼쪽). |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한국앤컴퍼니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의 주력 계열사로 한온시스템 지분 19.05%를 확보한 2대주주다.
1대 주주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에 우선매수청구권도 6월까지 보유하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현재 한온시스템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온시스템의 2대주주로 남아있다면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매각에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동차부품 관련 회사나 완성차회사가 한온시스템 지분을 인수하면 경영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의견이 부딪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이에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놓고 다툼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한앤컴퍼니가 쥔 한온시스템이 형제 사이 갈등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의 갈등이 빚어졌을 때부터 한온시스템 통한 계열분리 가능성이 나오기도 했다. 경영권 분쟁 이전
조현식 부회장은 타이어사업을,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신사업 개발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식 부회장은 30일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주주제안을 내고 대표이사 자리까지 걸었지만 부회장직을 놓고는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지분 42.90%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완전하게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 사장이 최대주주에 오르는 과정에서 아버지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에게 넘겨받는 지분 23.59%가 조 회장의 성년후견 심판 결과에 따라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조현식 부회장(19.32%)과 큰누나인 조희경씨(0.83%), 작은 누나인 조희원씨(10.82%) 지분이 31.21%에 이른다. 우호지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2대주주인
조현식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조현범 사장을 밀어내고 다시 경영권을 쥘 수도 있는 셈이다.
조현범 사장이 조 회장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담보로 증권회사에서 2200억 원을 빌린 점도 부담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한온시스템 지분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해 한국앤컴퍼니그룹이 최종적으로 타이어와 비타이어 사업 등으로 계열분리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관건은 한앤컴퍼니가 보유하고 있는 한온시스템 지분 인수를 위한 자금이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20년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1조608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어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 지분 50.5%를 인수하기에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지분 가치를 5조~6조 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과거 한온시스템을 인수할 때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1대주주 한앤컴퍼니 지분을 놓고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던 만큼 한앤컴퍼니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사실상 재무적투자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한온시스템의 지분가치가 높은 만큼 재무적 투자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한온시스템 시가총액 규모는 22일 기준으로 9조8753억 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시가총액 규모는 5조5천억 원으로 한온시스템의 시가총액 규모가 2배가량 크다
자산가치만 따져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한온시스템은 7조8074억 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10조6585억 원이다.
이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앤컴퍼니가 한앤컴퍼니와 같이 엑시트(투자회수) 할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타이어앤컴퍼니가 한온시스템에 투자할 때보다 주가가 약 2배가량 뛰었다는 점에서 한앤컴퍼니와 함께 지분매각을 추진해 이 자금으로 새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앤컴퍼니 관계자는 “한온시스템과 관련해 아직까지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