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이 구 사장의 말처럼 그룹 차원의 콘텐츠 투자 본격화 등 굵직한 변화에 힘입어 동영상 플랫폼시장에서 살아남기에 성공할까?
현재 한국 동영상 플랫폼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빅데이터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21년 2월 기준 월 사용자 수가 1001만3283명으로 1년 전(470만4524명)과 비교해 113% 증가했다.
반면 KT의 시즌은 올해 2월 사용자 수가 168만3471명이다. KT 시즌은 넷플릭스가 아니라 같은 국내 이통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비교해도 가장 사용자 수가 적다.
심지어 독립적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브랜드라고 보기 어려운 LG유플러스의 U+모바일tv(212만6608명)보다도 뒤처진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최근 진행한 2021년 콘텐츠 라인업 소개행사에서 올해 한국 콘텐츠에 모두 5억 달러(약 5500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공격적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 온라인 동영상시장에서 넷플릭스 1강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여기에 디즈니플러스, HBO 등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의 한국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고 티빙 등 국내 사업자도 네이버 등과 손잡으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다. SK텔레콤은 아마존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과 협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시즌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전쟁터에 놓인 것과 마찬가지인 처지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즌도 올해 구 사장의 미디어콘텐츠사업 총력전을 등에 업고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사장은 미디어콘텐츠가 KT가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업이라고 보고 그룹의 역량과 투자를 미디어콘텐츠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구 사장은 특히 콘텐츠사업에 승부수를 걸고 있다.
콘텐츠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시즌이 성장하는 데 가장 핵심적이고 필수적 경쟁력으로 여겨진다.
시즌은 2019년 11월 출범 당시부터 내세운 ‘오픈 플랫폼’ 전략이 지금껏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KT가 콘텐츠사업을 크게 펼치면서 국내외 콘텐츠사업자들과 협업 생태계를 늘리면 시즌은 내부에서 애초 계획했던 그림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콘텐츠들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KT의 자체제작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이 시즌 플랫폼 차별화에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넷플릭스도 성장의 원천은 콘텐츠부문의 탄탄한 역량과 자본력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자체제작 콘텐츠를 비롯한 제휴 콘텐츠들의 인기가 플랫폼의 경쟁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사장은 올해 1월 제일 먼저 콘텐츠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는데 앞으로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 지적재산(IP) 확보와 영상화에 전력투구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시즌은 KT의 인터넷TV인 올레tv, 실시간 방송채널인 스카이TV 등과 함께 KT그룹의 콘텐츠를 유통할 주요 통로다.
시즌은 KT그룹의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으로 K-콘텐츠의 인기에 따른 해외 유통 측면에서도 역할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KT스튜디오지니 출범을 놓고 “KT가 왜 콘텐츠를 들고 나오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KT 미디어 플랫폼을 강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콘텐츠는 필수라는 생각을 했다”며 “KT 미디어 가입자 1300만 명에 콘텐츠 능력을 더한다면 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KT가 콘텐츠사업에 국내 사업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구 사장은 콘텐츠사업 투자규모를 묻는 질문에 “금액이 얼마라고 딱 정해주는 것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 글로벌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것 등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얼마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면서도 “KT가 다른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보다 조금 더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CJENM은 앞으로 3년 동안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콘텐츠 제작에 4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웨이브의 자체제작 콘텐츠에 3천억 원 규모를 투입한다.
무엇보다 구 사장은 KT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때까지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놓았다.
구 사장은 “KT가 콘텐츠에 얼마를 쏟아붓느냐도 중요하지만 손실이 나더라도 얼마나 견딜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며 “KT는 (손실을) 얼마든지 견딜 수 있고 KT스튜디오지니 경영진과도 KT 콘텐츠사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점까지 버티고 지원해줄거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시즌 분사 계획도 내놨다.
구 사장은 "내부적으로 시즌 분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을 앞으로 KT그룹 미디어콘텐츠사업에서 온라인 동영상부문을 담당하는 계열사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 사장은 앞서 웹툰웹소설 전문 자회사 스토리위즈도 분사했는데 이는 빠른 의사결정, 외부자금 유치, 콘텐츠시장에 맞는 독립적 기업문화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시즌도 KT에서 분사해 별도법인이 되면 외부 투자 유치, 협업 등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크기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은 구 사장이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사장을 맡고 있던 때 뉴미디어사업단을 신설해 1년여에 걸쳐 준비한 플랫폼이다.
구 사장은 그 뒤 회사 내부에서 시즌은 반드시 돈이 될 것이라며 시즌 플랫폼의 사업성과 성장 잠재력에 강한 믿음을 내비쳐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