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올라 경영능력을 보일 기회를 다시 얻을까?
지 행장은 하나은행장 연임에 실패하며 하나금융지주 안에서 30년 동안 쌓아왔던 경력을 마감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지주 부회장에 올라 입지를 다질 발판을 다시 마련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가
함영주,
이진국, 이은형 3인 부회장체제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가운데 한 자리를
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채울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부회장 3명 가운데
이진국 부회장이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에 이어 지주 부회장에서도 물러나고 지 행장이 지주 부회장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지 행장과 이 부회장은 나란히 법적 리스크를 안으면서 계열사 최고경영자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됐지만 두 사람이 놓인 상황은 약간 다르다.
지 행장은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 최고경영자까지 책임을 물으면서 제재대상에 포함될 우려를 안고 있지만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과 무관하게 선행매매 논란에 휩싸였다.
하나금융지주가 핵심계열사인 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최고경영자를 동시에 교체한 만큼 지 행장을 부회장에 올려 조력자 역할을 맡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 행장은 라임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디지털 전환, 해외사업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지주 부회장을 맡을 만한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 행장은 임기 2년 동안 시중은행들과 모바일플랫폼 경쟁을 벌이며 하나원큐 모바일뱅킹앱을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바꿨다.
지 행장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 실적을 끌어올리며 지난해 하나금융지주가 해외부문의 순이익 비중을 20% 초반까지 높이는데 기여했다.
함영주 부회장이 은행장 경험을 살려 지주 부회장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점도 지 행장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오를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함 부회장은 2019년 하나은행장 재연임을 포기한 뒤에도 경영관리부문 부회장을 계속 맡으며 전략기획, 재무기획 총괄, 계열사 시너지 창출, 비은행부문 강화 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정태 회장의 임기가 이제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지 행장이 부회장에 오른다면 다음 회장후보로 이름을 올릴 기회도 얻을 수 있다.
2020년 3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함영주,
이진국, 이은형 3인 부회장체제를 꾸린 당시에도 부회장체제를 강화해 안정적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은 미등기임원이지만 단순히 명예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지주의 덩치가 커지고 사업영역도 넓어지면서 전문성과 경력을 보유한 부회장들이 책임경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 행장이 비록 하나은행장으로서 재신임을 받지는 못했지만 부회장에 오른다면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지 행장은 하나은행장 연임에 실패하며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이번에 지주 부회장에 오르지 못한다면 1991년부터 30년 동안 몸담아 왔던 하나금융지주를 떠나야 할 수 있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지 행장이 부회장에 오를지 등 부회장체제와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결정될 사안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