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실적 회복을 벼르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을 괴롭혔던 대산 공장 폭발사고는 복구가 끝났다. 글로벌 석유화학업황도 과거 호황기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김 사장의 실적 회복을 향한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증권업계 전망을 종합해 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3844억 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 기대치(컨센서스)는 2분기 4152억 원, 3분기 4252억 원으로 꾸준한 증가세가 예상되고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이 정상가동에 들어간 덕분이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2020년 3월 폭발사고로 13개 설비 가운데 4개 설비가 가동을 중단했다.
이 4개 설비에 ‘화학산업의 쌀’ 에틸렌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NCC)가 포함돼 있어
김교현 사장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사업적 강점인 원재료 자체 생산효과를 볼 수 없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3569억 원을 거뒀다. 올해 1분기 컨센서스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익을 한 해에 거뒀다.
김 사장이 이날 열린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작년은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한 해였다”고 되돌아봤을 정도다.
애초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은 올해 중순쯤 재가동이 예상됐다.
김 사장은 설비 복구에 공을 들여 올해 2월 대산 공장을 정상 가동상태로 되돌렸다. 이를 토대로 올해 롯데케미칼의 실적 회복에 나선다.
글로벌 화학업황도 롯데케미칼 실적 회복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화학시장에서는 제품 수요 증가와 공급 감소가 겹쳐 화학제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사업인 올레핀족 화학제품(에틸렌과 프로필렌 유도체)에서 제품 가격 고공행진이 두드러진다.
석유화학시장 분석기관 시스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8~12일) 유럽에서 고밀도폴리에틸렌(HDPE)과 저밀도폴리에틸렌(LDPE)는 각각 톤당 평균 2043달러, 2037달러에 거래됐다.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다.
미국에서는 폴리프로필렌(PP)이 톤당 평균 2723달러에 거래됐는데 이 또한 사상 최고치다.
하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과 미국에서 올레핀족 화학제품이 유례없는 극단적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아시아 화학회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현재 미국, 유럽과 아시아의 올레핀족 화학제품 가격 차이는 제품별로 톤당 700~1200달러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아시아 화학회사들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 제품을 팔며 지역별 가격 차이만큼의 수익을 남기는 것으로 파악됐다.
화학업계에서는 6년 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어졌던 석유화학 호황기와 현재의 시장 흐름이 비슷하다고 바라본다.
다우케미칼과 라이온델바젤, 이네오스 등 유럽과 미국의 대형 화학사들은 2012~2014년 화학업황 부진을 겪으며 제품 생산설비를 다수 폐쇄했었다.
이후 2015년부터 글로벌 경기 반등과 함께 화학제품 수요가 회복되자 아시아 화학회사들은 유럽, 미국과 아시아의 제품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로 큰 이익을 봤다.
롯데케미칼이 이 시기 수혜를 본 대표적 회사다.
롯데케미칼은 제품을 장기 공급계약이 아닌 단기 현물거래(스팟)로만 판매하기 때문에 중단기적 업황 개선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이 2014년 3059억 원에서 2015년 1조6111억 원, 2016년 2조5443억 원으로 급증세를 이어갔다. 2017년에는 영업이익 2조9297억 원을 거둬 3조 원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롯데케미칼이 2015~2017년 당시만큼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에는 국제유가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20달러선까지 급락하면서 화학사업 원재료 나프타의 가격도 낮아졌다.
6년 전 롯데케미칼은 제품가격 상승세에 원재료값 하락세가 겹쳐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 값을 뺀 수익성 지표) 확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을 넘는 고유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제품가격은 6년 전보다 비싸지만 원재료값이 그 이상으로 비싸 수익성은 당시만 못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시선이다.
다만 김 사장의 사업역량에 따라 롯데케미칼이 업계 차원의 수혜보다 더 큰 이익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의 전경. <롯데케미칼> |
6년 전만 해도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분해설비에 기반을 둔 기초 화학제품 중심의 화학사였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나프타 분해설비에 나프타뿐만 아니라 LPG(액화석유가스)를 원재료로 투입할 수 있도록 설비를 고도화했고 미국 법인 LCUSA를 통해 에탄 분해설비(ECC)도 운영하는 등 화학사업 원재료를 다변화헸다.
이를 통해 원재료 가격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지난해 자회사 롯데첨단소재를 첨단소재사업부문으로 흡수합병해 고부가제품시장에 특화된 사업전략을 추진할 수도 있다.
김 사장은 2017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에 올라 호황기 말미의 롯데케미칼을 이끌었다.
그가 당시 경험을 토대로 호황의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시선이 나온다.
김 사장도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23일 주주총회에서 “면밀한 시장 분석을 통해 올바른 사업전략을 수립하겠다”며 “이를 강력하게 실행해 롯데케미칼이 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