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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기술에 강한 구본준, LG상사에 LX그룹 어떤 씨앗 뿌릴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1-03-2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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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G 고문이 이끌어 나갈 새 LX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LG그룹 산하 계열사였던 LG상사와 LG하우시스, LGMMA, 실리콘웍스, 판토스 등 5개 회사가 5월부터 구본준체제 새 그룹으로 길을 걷는다.

구 고문이 LG그룹에서 다양한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데 앞장섰던 점을 고려할 때 이 계열사들의 앞날에 변화의 기류가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구 고문은 앞으로 계열사들의 어떤 특징과 장점을 살려 미래 먹거리를 마련할까?

◆ LG상사 12년 만의 기지개, 새로운 길 간다

구본준 고문이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하는 회사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곳은 LG상사다.

LG상사는 2018부터 2020년까지 3년 평균 별도기준으로 연매출 3조 원가량을 냈으나 종속회사로 LG그룹의 물류를 도맡는 판토스를 두고 있어 연결기준 매출은 10조 원가량 된다.

LG하우시스의 연간 매출이 3조 원, 실리콘웍스가 이제 막 매출 1조 원을 넘겼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새로 출범할 그룹에서 LG상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이렇게 몸집이 큰 LG상사가 변화의 기지개를 켰다.

LG상사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신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목적 추가 반영’을 뼈대로 하는 정관 변경안건을 올려 주주에게 승인받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LG상사가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것은 2009년 정기 주주총회 이후 12년 만이다.

LG상사는 다가오는 주주총회를 통해 디지털콘텐츠 제작과 유통 및 중개업에 진출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운영 및 판매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의료 검사와 분석 및 진단서비스업도 새 사업목적에 추가된다.

LG상사가 여태껏 걸어왔던 길과 결이 많이 다른 사업들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이번 사업목적 추가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LG상사의 사업부문은 크게 에너지/팜, 산업재/솔루션, 물류 등 3개로 나뉜다.

에너지/팜사업부문에서는 인도네시아 팜농장 개발과 운영, 석탄 수입 및 판매, 2차전지 광물자원 개발 등을 주로 하고 산업재/솔루션사업부문에서는 해외 민자발전사업 개발과 운영, 화공플랜트 개발 및 투자, 석유화학제품 트레이딩 등을 한다. 판토스를 통해 하는 물류사업부문은 통상 LG그룹 제품의 유통을 맡는다.

LG상사가 해온 사업들과 새로 사업목적에 추가하려는 사업들 사이에 접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려는 LG상사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LG상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특정 사업을 염두에 두고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것은 아니다"며 "4차산업혁명이나 디지털 전환과 같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포스트 코로나19시대를 준비하겠다는 뜻에서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상사가 상사와 물류부문의 비즈니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LG상사가 LG신설지주의 주력 자회사가 될 것”이라며 “LG신설지주가 다양한 신사업과 인수합병으로 LG상사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면서 LG신설지주의 밸류업을 도모할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 구본준의 LG상사, LX그룹 상징하는 새 사업 만드나

LG상사가 새 사업을 찾아나서기 위해 12년 만에 몸을 푸는 이유는 무엇일까?

종합상사의 전통적 사업구조는 트레이딩(무역)이었다. 상품을 구입한 뒤 이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팔면서 중간에서 이윤을 챙겨가는 구조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1990년대부터 자체 판매망을 세계 각지에 직접 구축하면서 종합상사의 사업구조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종합상사가 천연가스와 석유, 광물, 석탄 등 자원개발이나 에너지 플랜트 오거나이징 사업(프로젝트를 기획·발굴하고 컨소시엄 구성과 금융조달, 건설사 선정 등에 이르는 종합사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유다.

LG상사가 걸어온 길을 살펴봐도 그렇다.

LG상사는 1998년 7억 달러 규모의 카타르 정유 플랜트를 수주한 것을 시작으로 이란과 쿠웨이트, 터키, 리비아, 베트남 등 중동과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자원개발과 에너지 플랜트 오거나이징사업에 넓게 진출했다.

홈페이지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2007년 이후의 사업을 봐도 자원개발과 에너지 플랜트 오거나이징 사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사업구조는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하다. 자원 가격의 오르내림에 따라 실적이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간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한 보고서에서 “LG상사 본업의 가치는 원자재 가격이 좌우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어느 기업에게나 외부 업황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포트폴리오의 한 축으로 세우는 것은 중요하다.

여태껏 도전하지 않았던 새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상사의 정신에 부합할뿐 아니라 LG상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구본준 고문이 이끌 LX그룹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LG상사의 새 사업발굴 움직임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구본준 고문은 LG그룹에서 새 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수완을 보여왔다.

구 고문은 LG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을 때 개인적으로 관심을 쏟았던 전자와 자동차부품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LG그룹의 자동차 전장사업에 힘을 실었다. LG전자의 ZKW 인수는 구본준의 대표적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구 고문은 LG화학 등기이사로 활동할 때 만년 적자사업으로 평가받던 배터리사업에서 구심점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가 LG상사에서 새 사업을 찾는다는 것은 단순히 회사의 사업구조를 탄탄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넘어 향후 LX그룹을 상징하는 새 사업을 만든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LG상사가 새로 진출할 새 사업들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은 LX그룹의 미래사업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별도회사로 분리한 것처럼 LG상사가 진출하는 새 사업에서 성공을 거둔 뒤 기업분할을 통해 LG신설지주의 외형을 넓혀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 ‘똑똑한 엔지니어’ 구본준, LX그룹에 기술 기반 사업 씨앗 뿌리나

LG상사의 새 사업목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디지털콘텐츠’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단어가 눈에 띈다. 모두 기술에 기반한 사업분야다.

구본준 고문은 전형적 엔지니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시카고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아 숫자에도 빠삭하다.

사회생활을 하며 거친 분야도 대부분 엔지니어 계통이다.

맨 처음 입사했던 곳이 미국 AT&T 테크놀로지였으며 이후 금성반도체, 금성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1997년 LG반도체 전무에 올라 그 해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이끌었으며 이후 LG필립스LCD 대표이사와 LG상사 대표이사, LG전자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재벌 가운데 엔지니어 출신은 드물다. 구 고문은 단지 출신만 엔지니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기술에 많은 관심을 쏟아왔다는 점에서 다른 오너경영인들과 다르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 있다.

2005년 5월20일 구 고문이 LG필립스LCD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을 당시 그는 경북 구미에 위치한 LCD생산라인 공장으로 포항공대 학사 및 석사과정 100여 명의 공대생들을 초청해 강연했다.

구 고문은 그 자리에서 TFT-LCD 제조과정과 공정별 기술, 핵심 요소 기술 등을 설명했는데 전문 엔지니어들에 못지않은 심도 깊은 강의를 펼쳤다고 한다.

구 고문은 6개월 뒤에도 파주 공장에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생과 교수들 250여 명을 불러 비슷한 내용으로 특별강연을 했다.

당시 직접 강연을 들었던 사람에 따르면 기술에 대한 구 고문의 이해력이 남달랐다는데 놀랐고 교수들 앞에서 정확히 전달하는 능력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한다.

구 고문은 LG그룹에 기술력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오너경영인이다.

LG필립스LCD를 맡아 LCD사업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오른 경험을 만들어냈다. 2004년부터 파주 LCD클러스터 건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LG디스플레이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생산라인 증설과 디스플레이 장비 국산화는 아직까지도 구 고문의 큰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구 고문은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을 때는 부진에 빠진 스마트폰사업을 반등하는 공을 세우기도 했다. LG전자를 통해 ZKW를 인수한 것도 역시 기술의 가치를 높게 매기는 구 고문의 특성이 드러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 고문은 2018년 계열사 CEO들에게 “연구개발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원천이자 기술과 제품 리더십을 확대하고 밸류게임으로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 적도 있다.

이러한 구 고문의 이력들을 놓고 보면 LG상사가 새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앞으로 LX그룹에 기술력에 기반한 새 사업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LG그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구 고문의 독립을 위해 LG그룹 내에서도 기술 기반 사업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LG전자가 부진에서 나오지 못하는 스마트폰사업을 구 고문에게 넘기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구 고문이 들고 나가기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혀 최종 보류된 것으로 전해진다.

◆ 구본준의 LX그룹 함께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구본준 고문과 함께 LX그룹을 이끌어갈 사람들의 윤곽도 거의 드러났다. 대부분 LG그룹에서 구 고문과 함께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는 인물들이다.

지주사 LX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는 송치호 LG상사 고문은 대표적 ‘구본준맨’이다. 송 고문은 1984년 LG상사에 입사해 쭉 LG상사에서만 일한 정통 상사맨으로 2014년 LG상사 대표이사에 올라 2018년까지 일했다.

송 고문은 현재 LG상사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은 팜사업과 석탄광산개발을 주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송 고문은 LG상사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영업이익을 5년 동안 2배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던 송 고문이 다시 복귀하게 된 데는 구본준 고문과 인연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구 고문은 LG상사 대표이사를 맡던 2007년 당시 경영기획담당 상무이던 송 고문을 “관리에만 붙잡아 두기에는 아까운 인재”라며 영업 쪽 업무를 맡겼다.

구 고문은 2016년에 당시 그가 주도한 인사에서 송 고문을 직접 사장으로 승진시키기도 했다.

구 고문과 함께 일하며 신임을 얻은 노인호 전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 전무도 LX그룹에 합류한다.

노 전 전무는 LG그룹의 다양한 계열사를 거치며 다양한 인사 관련 보직을 거친 인사 전문가다. 2005년 LG 인사팀 부장을 맡았그며 임원으로 승진한 뒤에는 LGCNS에서 최고인사책임자를 역임했다,

구 고문이 LG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LG로 이동할 때 노 전 전무도 LGCNS에서 LG로 자리를 옮겨 인사팀장을 지냈다. 당시 구 고문 아래에서 일하면서 신뢰를 얻은 것이 LX그룹에 합류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재경분야는 박장수 LG 재경팀 전무가 맡는다.

그는 LG화학 재경부장을 역임하다가 2017년 초 상무로 승진함과 동시에 LG로 이동해 재경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노 전 전무와 마찬가지로 구 고문과 함께 LG에서 일한 경험이 LX그룹 합류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략기획분야는 노진서 LG전자 부사장이 맡는다.

노 부사장은 구본준 고문의 전략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구 고문이 LG전자 최고경영책임자를 맡을 때 LG전자에서 경영전략담당 상무로 발탁됐다.

구 고문이 LG로 옮겼을 때 함께 자리를 이동해 LG시너지팀에서 일했다. 전무로 승진해 LG 기획팀장을 맡았으며 2020년 3분기보고서상 LG전자 로봇사업센터장을 맡고 있다. 노 부사장은 LX그룹에서 전략기획을 담당할 것으로 파악된다.

종합하면 송치호 고문이 LX홀딩스와 계열사의 경영 전반을, 노인호 전 전무가 인사를, 박장수 전무가 재무 곳간을, 노진서 부사장이 전략기획을 맡는 방식이다.

박장수 전무와 노진서 부사장은 각각 LG상사와 LG하우시스의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 카리스마 경영인 구본준, 새 시대 맞춘 새 리더십 꺼낼까

구본준 고문에게 남겨진 과제도 있다. 바로 리더십의 변화다.

구 고문은 전형적 ‘카리스마형’ 오너경영인이다. 그의 화법은 ‘직선적’으로 이미 업계에 유명하며 특유의 화법 때문에 굉장히 공격적으로 들릴 때도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선적이고 불같은 표현방식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구 고문이 가장 싫어하는 표현이 바로 '다음에 잘하겠다'라고 한다. 에두르는 표현보다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을 좋아한다.

화법과 특성에서 드러나듯 경영도 굉장히 공격적이다. 인화를 중시하는 LG그룹에서 보기 힘든 용장 스타일의 리더십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 번 붙은 싸움에서 좀처럼 물러나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성과를 내는 전투형 리더십을 갖췄다는 것이 재계 주류의 시각이다.

하지만 2020년대를 달리는 현재 구 고문의 공격적,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여전히 유효한 언어인지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

구 고문의 리더십은 산업 성장기를 겪은 창업주나 오너2세들이 즐겨 사용했던 리더십이다. 이른바 깃발을 세우고 ‘나를 따르라’고 외친 뒤 돌격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오너3세를 지나 오너4세로 내려오면서 제왕적 총수 리더십은 힘을 잃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재벌들은 그룹 내 수평적 문화를 만드는데 기를 쓰고 있다.

시대와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수평적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제로 그런 시대의 흐름을 문화에 잘 반영하는 조직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구 고문이 새 시대에 걸맞은 리더십을 LX그룹에 꺼내보일 수도 있다.

물론 구 고문의 스타일이 LX그불의 미래를 만드는데 최적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리더는 성과로 말하는 만큼 성과만 낼 수 있다면 구 고문의 강력한 오너십이 찬양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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