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다음 대통령선거에 도전하고 있지만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1%대 지지율에 묶여 있는 형편인데 제주도정 현안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아 답답함을 더하고 있다.
21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원 지사는 요즘 들어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중앙정치 무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 방문 횟수도 잦아들었을 뿐 아니라 국민의힘 안팎의 여러 인사들과 두루 접촉하며 대선 도전의 패달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정치도 눈에 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투기 의혹, 4·7재보궐선거 등과 관련한 메시지를 계속해서 내놓으면서 대중들과 접점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원 지사의 대통령선거 주자 지지율은 그런 노력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꼼짝달싹도 하지 않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15~17일 전국에 사는 만18세 이상 1009명의 응답을 받아 진행한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를 보면 원 지사는 1%의 응답을 받는 데 그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25%), 윤석열 전 검찰총장(2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10%) 등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보수진영에서도 대선후보 적합도가 2%에 그쳤다. 보수진영에서 윤 전 총장 25%,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8%, 홍준표 무소속 의원 8%, 유승민 전 의원 7%, 오세훈 전 서울시장 6% 등을 얻은 데 견줘 봐도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 여론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지지도만 지지부진한 게 아니라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윤석열 전 총장의 총장직 사퇴 이후 야권 지지층의 관심은 온통 윤 전 총장을 향해 있다.
물론 이는 원 지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나머지 야권 대선주자들 모두의 고민거리이다. 그런데 원 지사는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다른 야권 인물 가운데서도 유독 지지율이 낮아 더 애가 탈 수밖에 없다.
갈 길이 바쁜데 제주도정 현안에서 잡음이 계속 이어져 원 지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
최근 불거진 제주2공항을 둘러싼 도내 갈등이 대표적이다.
원 지사는 제주2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제주도민 사이에는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최근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반대응답이 찬성응답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3월10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조사 결과 때문에 그동안 진행된 모든 과정을 무산시키는 결정 자체가 오히려 무책임하다”면서 제2공항 건설을 강행하는 태도를 보였다. 당연히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도의회도 원 지사를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좌남수 도의회 의장은 3월17일 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원 지사의 10일 기자회견은 도의회와 약속을 외면한 신의를 저버린 처사”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지사의 제주도정을 향한 비판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말 제주도 내 수돗물 유충사건으로 원 지사가 사과했음에도 최근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2월25일 제주 서귀포시 한 주택 욕실의 샤워기 필터에서 유충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됐다. 신고가 접수된 뒤 긴급조사가 진행됐고 도내 강정정수장의 여과지나 소화전 등 17곳 가운데 1곳에서 유충 의심물질이 추가로 발견됐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3월2일 논평을 내고 “원 지사는 중앙 정치 이슈에 관한 언급에 앞서 이번 수돗물 사태에 관한 사과와 책임있는 대책을 도민 앞에 밝여야 한다”며 대선 행보에 앞서 도정에 전념하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