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투기 의혹에 휩싸이면서 상반기 채용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토지주택공사의 채용마저 기약이 없어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의 속만 타들어가고 있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에 놓인 기념비. <연합뉴스> |
18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3월 중에 시작하기로 했던 상반기 채용일정을 무기한 미뤘다.
토지주택공사는 올해 1월 채용 사전안내 공고를 통해 모두 1200명 가량의 채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상반기에 계획한 인원만 해도 채용형 인턴 150명, 무기계약직 160명, 체험형 인턴 700명 1천 명 안팎에 이른다.
체험형 인턴은 정해진 기간만 인턴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채용을 전제로 선발하는 채용형 인턴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지원할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토지주택공사는 2일 직원들의 3기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찰이 경상남도 진주시에 있는 본사를 2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를 중단했다.
토지주택공사의 임직원 수는 국토교통부 아래 공공기관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규직 9566명과 비정규직 500명을 더하면 모두 1만66명에 이른다.
규모가 큰 공기업인 만큼 토지주택공사는 해마다 적지 않은 수의 신입사원을 채용해 왔다.
토지주택공사는 2017년에는 529명, 2018년에는 428명, 2019년에는 664명, 지난해에는 360명 등을 채용했다.
토지주택공사가 채용절차를 사실상 중단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걱정만 쌓이고 있다.
이번 토지주택공사 직원 사전투기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취업준비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채용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바로 나왔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사기업의 채용시장이 얼어붙자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이 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한숨만 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취업준비생은 “토지주택공사만 바라봤는데 절망적이다”며 “이번에 토지주택공사의 규모 자체를 줄이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취업준비생은 “안그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취업이 어려운데 정말 큰일이다”며 “토지주택공사 내부비리에 피해를 보는 건 취업준비생들”이라는 분노섞인 글을 남기기도 했다.
토지주택공사가 미룬 상반기 채용이 하반기에 진행될지 장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토지주택공사를 이전처럼 신도시 개발 등 토지구매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는 토지개발공사와 아파트를 건설하는 주택공사로 나누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토지주택공사의 업무를 다른 공공기관으로 분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12일 국회 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지주택공사의 부족한 부분은 한국부동산원이나 한국국토정보공사(LX),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을 총동원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안에 토지주택공사의 개편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3월 말까지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환골탈태와 관련한 대책안을 확정,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직원 투기의혹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라 계획했던 상반기 채용을 미뤘다”며 “채용일정은 아직까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