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코로나19 뒤 금융시장 변화에 맞춰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2019년 말 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영입한 이건혁 소장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 소장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재정경제부, 삼성전자 등을 거친 거시경제 전문가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의 '책사' 역할을 맡아 신한금융그룹 안에서 입지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18일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그룹에서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분석자료에 집중하며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금융시장과 경제환경 전반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한금융 중장기 사업전략에 거시경제상황과 관련한 분석과 예측을 반영하는 일은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조용병 회장도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 신한금융의 대대적 사업체질 개선과 새로운 전략 수립을 추진하면서 경제분석을 전담하는 미래전략연구소의 기능도 자연히 강화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미래전략연구소를 이끄는 이건혁 소장이 맡고 있는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는 17일 공시한 2020년도 사업보고서에서 주요 경영진의 지난해 보수를 공개했다.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 등으로 12억5100만 원을 수령한
조용병 회장을 제외하면 5억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사람은 기본 급여로만 모두 6억3800만 원을 받은 이 소장이 유일하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 소장은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라는 특성상 신한금융에서 높은 급여를 책정했을 것"이라며 "연봉을 대우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에 꾸준히 우수한 외부인재 영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2019년 말 신한금융에 합류한 이 소장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소장은 IMF 아시아 조사관과 JP모건체이스은행 아시아 수석을 거쳐 재정경제부 거시경제팀장, 삼성경제연구소 상무,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부사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을 지냈다.
민관 출신의 경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거시경제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소장이 신한금융에 합류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돼 거시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이 소장을 영입한 조 회장의 선견지명이 돋보인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소장은 미래전략연구소의 거시경제 분석을 통해 신한금융의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금융시장 변화 대응, 사업체질 개선, 디지털 전환 등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소장은 IMF 및 해외 금융사를 거쳐 글로벌 경험이 풍부한 데다 삼성전자에서 디지털분야에 관련한 지식, 김앤장에서 법률적 전문성 등을 두루 쌓았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이 소장의 미래전략연구소를 신한금융 포스트 코로나19 사업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조 회장이 2018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회장 직속조직으로 편입한 뒤 연구소장도 본부장급에서 CEO급으로 격상하며 위상을 크게 높인 조직이다.
경제연구소 소장을 CEO급으로 우대하는 것은 금융권은 물론 국내 기업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그만큼 조 회장이 미래전략연구소의 기능 강화에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신한금융지주 미래전략연구소는 대부분의 대기업이나 금융지주사 계열 경제연구소와 달리 경제분석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내부에서 활용하는 자료 작성에만 집중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소장이 미래전략연구소 활동 성과에 따라 신한금융그룹에서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성용 전 소장이 2018년 말 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영입된 뒤 1년만에 신한금융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에 오르며 IT계열사인 신한DS 대표이사도 겸임하게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지난해 연말인사에서 외부출신 인재를 적극적으로 중용하는 인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소장도 중장기적으로 그룹 안에서 더 중요한 위치에 오르게 될 수도 있다.
이 소장은 1963년 태어나 영국 런던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런던 정경대(LSE)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에서 경영지원총괄 IR팀 상무를 맡으며 재무관리와 관련한 실무경험을 충분히 쌓은 뒤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해 거시경제 전반의 분석을 담당했다.
글로벌커뮤니케이션팀으로 이동한 뒤 삼성의 글로벌 브랜드이미지 높이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재부 장관 시절 재정경제부 거시경제팀장을 맡아 자문을 했던 대표적 '이헌재 사단' 인물로도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