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에 들어가기 전 손소독제로 손을 닦고 있다. |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를 두고 주주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수감된 이 부회장을 삼성전자 이사회가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과 삼성전자 발전을 위해 이 부회장이 계속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17일 열린 삼성전자 제52기 주주총회에서 스스로를 참여연대 소속이라고 소개한 주주(주주 확인번호 1161)는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 부회장은 여전히 부회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사회는 지금이라도 이 부회장의 해임을 의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받아 재수감됐다. 법무부는 삼성 측에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현연대에서 왔다는 주주(1104번)는 “이 부회장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다면 이사회가 즉각 해임했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아직 그 직을 유지하는 것은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대표가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사회에서 이 부회장의 해임을 논의했는지 알려달라”며 “논의하지 않았다면 언제 논의할 건지 구체적으로 말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주총회 진행을 맡은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1104번 주주의 질문에 바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주주에게로 마이크가 넘어갔다.
발언권을 얻은 1073번 주주는 1104번 주주의 말을 두고 “방금 발언에 어폐가 있다”며 날을 세웠다.
1073번 주주는 “삼성전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임원들이 그 자리에서 회사를 이끌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이) 뒤로 물러난다거나 하면 삼성전자 발전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주들은 그의 말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다른 주주(1393번)도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393번 주주는 “삼성전자는 대한민국과 생명을 같이하는 회사다”며 “주주총회에서 이런 일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고 말했다.
다만
김기남 부회장은 이런 의견들에 하나하나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맨 처음 이 부회장 해임 여부를 질문받았을 때 “회사는 글로벌 네트워크나 미래사업 결정 등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을 고려하고 회사 상황과 법 규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후 이 부회장 거취와 관련한 질문이 계속 나오자 “회사 입장에서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날 삼성전자가 주주총회에 상정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재선임, 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은 모두 가결됐다. 다만 찬성 비율에서 차이가 났다.
재무제표 승인과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모두 90% 후반대 찬성률을 보인 반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의 찬성률은 후보자에 따라 79~81% 수준을 보였다.
이는 앞서 해외 의결권자문사 ISS(기관주주서비스)가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투표를 권고한 영향으로 보인다.
ISS는 사외이사들이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사건 수사·재판 기간에 선임돼 활동하면서도 경영진에 관한 견제·감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주주 대상 온라인 중계를 도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지난해보다 더 많은 주주로 현장이 북적였다.
그만큼 삼성전자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개인투자자는 295만9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