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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각형배터리 집중 결정, LG와 SK '배터리전략' 재편 불가피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3-16 1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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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 전략에서 중대국면을 맞았다.

폴크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집중을 선언하면서 파우치형 중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폴크스바겐 매출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폴크스바겐은 배터리 자체 생산 로드맵까지 밝힌 상태다.
 
폴크스바겐 각형배터리 집중 결정, LG와 SK '배터리전략' 재편 불가피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

두 회사는 전기차배터리의 조달처 다변화 및 내재화를 시도하는 완성차회사들의 움직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증권업계에서는 파우치형 배터리 대신 각형 배터리에 집중하겠다는 폴크스바겐의 전기차배터리 전략 변화를 놓고 국내 배터리업계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각형 배터리의 폼팩터 채택이 다른 완성차회사들까지 확산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적어도 폴크스바겐 안에서는 국내 배터리회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배터리회사들은 폴크스바겐의 중장기 전략 변화에 따른 충격이 불가피하다”며 “폴크스바겐 이외 주요 완성차회사들과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다져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기존 고객사들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배터리사업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전략 재편의 방향성으로 완성차회사와의 배터리 조인트벤처 설립 확대를 꼽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GM과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중국에서 베이징자동차그룹과 설립한 베스트(BEST)를 통해 현지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런 합작법인 활용 전략을 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정 완성차회사와 합작법인을 통해 전용 배터리공장을 세우면 안정적으로 공급루트를 구축할 수 있다”며 “완성차회사의 미래 발주물량에서 일정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앞서 15일 폴크스바겐은 전기차 전략 공개행사인 ‘파워데이’를 열고 미래 통합배터리(Unified Battery)를 각형 배터리로 단일화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각형 배터리의 탑재 비중을 80%까지 높이고 나머지 20%는 파우치형, 원통형 등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폴크스바겐은 파우치형 배터리 위주로 전기차를 생산해 왔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했다.

각형 배터리 집중 선언은 두 회사의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말과 같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두 회사 관계자 모두 “폴크스바겐이 각형 배터리에 집중한다고 해서 당장 타격을 입지는 않는다”면서도 “미래 수주전망과 관련해서는 현재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

폴크스바겐은 파워데이에서 당분간 기존 ‘MEB플랫폼’에 기반을 둔 배터리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MEB플랫폼은 폴크스바겐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다.

이번 사안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기존 배터리 수주잔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두 회사 모두 폴크스바겐이 각형 배터리로 무게중심을 옮김에 따라 파우치형 배터리 수주를 놓고 치열한 경쟁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회사에 미칠 타격이 불가피하겠지만 치명적 수준까지는 아닐 것으로 본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수주잔고 150조 원가량 가운데 폴크스바겐 물량은 비중이 4~5번째 정도다. SK이노베이션은 주요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주잔고 70조 원가량 중 폴크스바겐 비중이 가장 적다.

배터리업계는 폴크스바겐의 배터리전략 전환에 담긴 진짜 의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바라본다.

폴크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집중을 단순히 채택하는 배터리 유형의 변화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봐서는 핵심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폴크스바겐뿐만 아니라 GM, 현대차그룹 등 전기차를 만드는 주요 완성차회사들은 모두 수급 안정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한다는 차원에서 배터리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내재화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이런 전략을 각형 배터리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배터리업계의 주된 시선이다.
 
폴크스바겐 각형배터리 집중 결정, LG와 SK '배터리전략' 재편 불가피
▲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시장에서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이 2019년 16%에서 2020년 27.8%까지 급등했다.

가장 많이 쓰인 배터리는 점유율 49.2%의 각형 배터리인데 이는 CATL과 BYD 등 중국의 각형 배터리 제조사들이 내수시장에 의존한 결과다.

파우치형 배터리의 점유율 급등을 이끈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배터리 사용량은 2019년보다 171.5% 늘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배터리 사용량도 274.2% 급증했다. 두 회사의 사용량 증가율은 지난해 전기차배터리시장 성장률인 21%를 한참 웃돌았다.

배터리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향력이 강력해지는 것은 부품 조달처를 다변화하고 싶은 완성차회사들에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의 각형 집중 선언은 다른 완성차회사들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의존도를 낮추는 움직임을 취하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며 “두 회사가 적절한 대응 방안을 수립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배터리사업에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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