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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범의 'OLED 고집' 마침내 빛보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5-28 18: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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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의 'OLED 고집' 마침내 빛보나  
▲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의 ‘OLED 고집’이 서서히 통하고 있다. 중국기업에 이어 일본기업까지 LG디스플레이 패널을 쓰겠다고 나섰다. 한 사장이 OLED를 통해 ‘만년 2위’란 LG의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TV기업들이 LG디스플레이와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패널 공급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소니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최종 계약만을 앞두고 있다. 카즈아키 타카노세 소니 수석 부사장 등 소니 경영진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본사를 찾아 패널공급에 대해 논의했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최근 OLED TV사업에 전면 철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TV용 OLED패널을 2012년부터 공동개발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해 지난해 말 협력을 중단했다. LCD보다 높은 불량률 등 채산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사업철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번에 두 기업이 LG디스플레이로부터 패널을 공급받는 쪽으로 선회함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강력한 동맹군을 확보하게 됐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가 OLED TV시장에 아직 본격적으로 나서지 않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기업을 우군으로 얻게 됨에 따라 한상범 사장의 OLED 올인 전략이 탄력을 받게 됐다. 한 사장은 OLED TV시장 조기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스카이워스와 하이센스 등 중국기업들에게 OLED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한 사장이 OLED시장 선도를 외칠 수 있는 것은 LG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 OLED 패널 불량률이 LCD패널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 일본기업들이 독자개발을 포기하고 구입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사장의 공격적 투자와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50%에 이르던 OLED패널 불량률은 최근 20%까지 낮아졌다. 덕분에 OLED TV의 최대 단점이었던 높은 가격도 점차 해결되고 있다. 지난해 1190만 원이었던 55인치 OLED TV 가격은 최근 590만 원까지 떨어졌다.


김동원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패널 수율이 80%를 기록하는 등 원가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편”이라며 “55인치 OLED TV의 경우 4분기부터 구매 가능한 수준까지 값이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주 M2라인이 올해 3분기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게 되면 가격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사장은 지난해 2월부터 2조 원에 달하는 과감한 설비투자를 단행했다. M1라인에서 월 8천 장을 생산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M2라인 가동으로 월 2만6천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업인 유비산업리서치는 “LG디스플레이의 가동률과 수율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약 10만 장의 55인치 UHD(초고화질)급 OLED패널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디스플레이업계에서 LG디스플레이가 불량률을 10% 아래로 떨어뜨리면 16만 장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LG디스플레이가 빠르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함에 따라 한 사장의 OLED TV사업 정상화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LCD TV 대비 OLED TV 가격은 올 4분기부터 1.5배 이내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10만 대로 예상되는 OLED TV 출하량이 내년 80만 대로 늘어나고 2017년 330만 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갖추게 됨에 따라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태도 변화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12년 처음 OLED TV를 공개한 뒤 TV용 패널보다 모바일 기기용 중소형 패널에 집중하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14’에서 “OLED TV 상용화는 3년에서 5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LCD패널을 사용한 UHD TV가 대세인 만큼 확실한 곳에 투자를 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 삼성전자가 아직 LG디스플레이만큼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OLED TV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태도를 바꿔 시장에 뛰어들 수도 있다. 현재 OLED TV 패널을 공급하는 곳은 LG디스플레이 밖에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더 이상 LG의 독주를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동원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OLED TV에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던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시장에서 LG전자에 주도권을 넘기지 않으려면 OLED TV 시장에 빨리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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