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단일화를 위한 세부 사항을 놓고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
17, 18일 여론조사를 거쳐 후보등록 마감일인 19일 단일후보를 확정한다는 큰 틀의 합의 외에 토론회 횟수와 방식, 여론조사 문구 등 세부 내용은 아직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12일 양측의 3차 실무협상단 회의에서는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양측은 어떻게든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를 해야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양측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대 선거를 살펴보면 1990년 3당 합당, 1997년 DJP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1년 서울시장선거에서 박원순-안철수 단일화 등 의미 있는 세력 사이 단일화는 승리의 필승공식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놓고도 현재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3자 대결은 야권의 필패, 단일화를 통한 양자대결은 야권의 승리가 점쳐진다.
문제는 단일화가 사실상 한 쪽의 패배가 돼버리는 상황이라면 성사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DJP연합 등 대선을 앞둔 단일화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승리 뒤 연합정부 구성 등을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당하는 쪽에도 어느 정도 지분이 보장됐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를테면 나눠먹을 게 별로 없다. 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이 선거 승리 뒤에는 '공동시정'을 펼치자고 했지만 두 사람이 모두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패배는 정치적 치명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다음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승패가 있을 뿐 '아름다운 양보'가 원래부터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앞으로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을 유리한 방향으로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시선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다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 후보와 안 후보 사이 단일화 상황을 놓고 “단일화가 지연되는 이유는 결국 욕심이다. 최근까지 선거마다 야권을 침몰시킨 근본적 원인도 욕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두 후보의 다툼이 계속 이어지는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외부로 표출된다면 단일화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한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이 아예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투표율이 낮은 재보궐선거에서 지지층의 투표 불참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이번 서울시장선거는 여야 후보 사이에서 결국 박빙의 접전을 펼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예측이다.
단일화가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특히 안 후보가 단일화 과정의 주인공인 과거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안 후보는 2011년 후보 단일화를 통해 승리에 기여했다. 당시 안 후보는 정치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기 전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다 불출마 및 박원순 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이듬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벌였다. 불출마 및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이 컸던 만큼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선거운동을 제대로 돕지 않았고 문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패배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단일화 문턱도 넘지 못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단일화를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선거는 야권의 안 후보와 김문수 후보를 비롯해 여권의 박원순 후보의 3자 대결로 펼쳐졌고 결국 박원순 후보가 승리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