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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미국 배터리 투자, SK 퇴로 끊고 합의 압박도 깔려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3-12 18: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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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투자계획을 공개한 데에는 배터리 다툼에서 SK이노베이션 퇴로를 끊고 해결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의 복안도 깔려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2일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5년까지 진행하는 배터리 투자를 통해 현지 배터리 생산능력이 2022년 40GWh에서 최대 140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배터리 투자, SK 퇴로 끊고 합의 압박도 깔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미시간주에 연 5GWh 규모의 배터리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를 통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35GWh 규모의 배터리 1공장도 짓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미국에서 단독으로 5조 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능력을 70GWh 늘리고 얼티엄셀즈를 통해 1공장과 같은 35GWh 규모의 2공장을 짓는 계획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도 폴크스바겐과 포드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조지아주에 배터리공장 2개를 짓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배터리공장의 합산 생산능력은 22GWh다. 적은 규모는 아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확보하고자 하는 140GWh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에 앞서 2월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및 부품의 수입이 금지된다. 폴크스바겐은 4년, 포드는 2년의 판결 적용 유예기간을 각각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SK이노베이션이 아닌 새 배터리 조달처를 찾아야 한다. 가장 유력한 곳은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질없이 미국 투자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폴크스바겐은 4년 뒤인 2025년 배터리 조달처를 LG에너지솔루션을 바꿔 사업에 차질을 빚지 않을 수 있다.

포드는 유예기간이 2년인 만큼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당장 내년부터 35GWh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만큼 여기에 배터리 조달을 의지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두 배터리 제조사들의 합의를 종용하는 한편 유예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어 우회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는 뜻을 보였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두 완성차회사가 계속 SK이노베이션 편을 계속 들기가 어려워진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LG에너지솔루션의 이번 미국 투자결정은 SK이노베이션이 합의 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진전된 태도를 보여주도록 하는 압력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투자계획으로 미국 시장에서 배터리 조달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5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사업 가능성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영업비밀을 침해당한 데에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을 뿐이며 SK이노베이션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합의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아직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서고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김 사장도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분쟁을 지속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불확실성을 제거한다는 관점에서 SK이노베이션과 빠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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