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IBK기업은행 행장이 비은행 자회사를 대상으로 투자를 확대하며 육성전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비은행 자회사는 최근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윤 은행장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은행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응해 비은행 자회사를 키우며 모험자본 공급 등 신성장사업분야에서 시너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12일 기업은행에 따르면 여러 자회사들의 강점을 살려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원-IBK’가 추진되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금융주선 및 회사채 발행, IBK캐피탈의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등 역량을 끌어모아 기업은행 및 여러 비은행 자회사들 사이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목적이다.
기업은행 비은행 자회사들이 최근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만큼 원활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성장속도를 더욱 붙일 수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IBK캐피탈에 1천억 원, IBK연금보험에 1500억 원, IBK투자증권에 2천억 원을 출자하는 등 금전적 지원도 확대하며 육성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자회사들의 경쟁력 향상을 통한 수익 증가를 목적으로 출자를 결정했다”며 “혁신금융 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종원 행장은 올해부터 정부 한국판 뉴딜정책에 맞춰 디지털과 친환경 등 신산업 분야에 모험자본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판 뉴딜분야 기업을 지원하며 국책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성과를 거둬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업금융 등 분야에 경험을 갖춘 비은행 자회사들이 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바탕으로 모험자본 공급에 공동으로 참여한다면 동반성장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윤 행장은 최근 서면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은행 자회사들이 각자 갖추고 있는 장점을 강화해 혁신금융 분야 실행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지주사체제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당분간은 현재 체계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비은행 자회사들은 최근 기업은행 전체 실적 방어에 기여하는 효자 역할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은행이 금리 인하와 금융지원 확대에 따른 저금리대출 비중 증가로 당분간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비은행 자회사들이 선전하며 실적을 만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별도기준 2020년 순이익은 1조2632억 원으로 2019년보다 9.3% 줄어들었다.
반면 IBK투자증권, IBK캐피탈, IBK연금보험 등 비은행 자회사 순이익 총합은 2909억 원으로 2019년보다 39% 증가하며 기업은행 연결기준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9년 13.7%에서 2020년 18.4%까지 늘었다.
IBK캐피탈은 모험자본 중심 사업체질 전환에 성공한 효과로, IBK투자증권은 증시 호조와 주식투자자 유입 증가에 따른 수혜로 기업은행의 지난해 부진을 만회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앞으로도 금융시장 환경이 당분간 비슷하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비은행 자회사들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금융지원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신규 고객을 대거 유치하는 긍정적 효과를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완화된다면 그동안 확보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고객을 계열사 금융상품 고객으로 유치해 자회사들의 성장을 지원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아직 기업은행 비은행 자회사들이 불균형한 성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비은행부문에서 안정적 이익기반을 갖춰내고 이를 유지하는 일은 윤 행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IBK투자증권은 증시 호조에 따른 일시적 수혜로 실적을 크게 늘렸던 만큼 이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고 IBK저축은행 등 계열사는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을 거의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윤 행장은 기업은행에서 자회사에 추가로 투자를 확대하거나 자회사들과 협업체계를 더욱 강화하도록 해 실질적으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육성 전략에 더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행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중장기적으로 기업은행 자회사 CEO에 능력있는 외부인재 영입을 확대하는 등 성장을 위해 경영진 교체를 검토할 수 있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대형 금융지주사 못지 않은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며 “비은행 자회사들이 선전하며 전체 순이익에 기여하는 폭을 점차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