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사회 중심 지배구조를 앞세워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국민연금의 표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조현식 부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이자 동생인 조현범 대표이사 사장과 올해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을 맡을 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놓고 표대결을 앞두고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명분에서 조현범 사장보다 다소 앞서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9일 한국앤컴퍼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이의 경영권 다툼이 30일 한국앤컴퍼니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현재 표면적으로는 조현식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며 사외이사 추천을 조건으로 사임의사를 밝혔지만 주총에서 표대결로 다시 재점화될 수 있다.

조현식 부회장은 감사위원을 맡을 사외이사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조현범 사장은 김혜경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 추천안건이 한국앤컴퍼니 이사회에서 채택되지 않자 주주제안을 하면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표심이 중요해졌다.

개정된 상법에 따르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와 관련해서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을 포함해 5% 이상 주주인 국민연금까지 모두 지분에 상관없이 개별적으로 3%까지만 의결권이 인정 된다.

조현식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각각 19.3%, 42.9% 쥐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3%)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모양새가 됐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사전에 공시하면 소액주주 표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 소액주주들의 지분은 17.6%에 이른다. 

특히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고려대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선정된다면 대표이사 자리도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명분상 조현범 사장을 앞서고 있다.

조 부회장의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도 주주제안에 함께 참여하면서 "그룹 지주사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현재 건강한 지배구조나 투명한 기업경영에 여러가지 문제를 지니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부 전문가의 올바른 감시와 견제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조현식 부회장의 명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2월24일 공개한 주주서한에서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야 말로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조금이나마 부응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지향적 지배구조(거버넌스)와 주주가치 제고에 큰 초석을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걸고 드리는 진심 어린 제안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현식 부회장이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만큼 국민연금 표심의 무게추도 조 부회장으로 쏠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정기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결과 등을 중점관리사안으로 선정해 주주활동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강화하겠다는 조현식 부회장의 명분이 국민연금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주주총회 공시와 의안분석, 준법감시 검토, 투자위원회 의결, 수탁은행 통보, 의결권 행사 내용 공시 과정을 거친다.

다만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가 바로 판단하기 곤란할 때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의결권 행사방향을 결정한다.

조현식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 앞서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별다른 활동을 펼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표대결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면 물밑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지만 조 부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앞세운 만큼 우호지분 확보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국민연금 외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의 차녀인 조희원씨도 이번 표대결에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현재까지 조희원씨는 아버지인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성년후견개시심판 등에서 조현식 부회장이나 조현범 사장에게 치우지지 않고 중립적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개시심판과 관련해 10일부터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사조사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태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조희원씨는 2020년 9월30일 기준으로 한국앤컴퍼니 지분 10.82%를 들고 있어 3%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