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연임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5월 초 임기가 만료되는데 다음 금감원장이 관료출신으로 바뀔 수 있다는 말이 무성하다.
윤 원장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승진인사로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연임과 관련해 금감원 내부 지지를 온전히 얻지도 못하고 있다.
다음 금감원장을 두고 관료출신인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거명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의 승진인사를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으면서 윤 원장의 연임론이 힘을 잃고 있다.
역대 금감원장 가운데 연임을 한 사례가 한 번도 없는 점에 더해 윤 원장이 금감원 내부 지지마저 얻지 못하면서 연임을 바라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방만경영과 채용비리 등을 지적받은 뒤 해마다 상위직 축소 등 제한을 받고 있던 상황에서 채용비리에 연루된 직원이 2월 인사에서 승진한 터라 윤 원장이 내부 반발을 가라앉히기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 노조는 윤 원장을 배임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태도마저 보이고 있다.
노조와 갈등이 계속되면서 윤 원장의 연임론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다음 금감원장으로 관료출신이 오를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강한 개혁성향을 보인 민간출신을 금감원장으로 임명해왔지만 윤 원장을 빼면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문재인 정부 첫 금감원장에 오른 최흥식 전 원장(제11대)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6개월 만에 물러났다.
김기식 전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기 직전 민주당의 전현직 의원모임 ‘더좋은미래’에 월 20만 원인 회비를 훨씬 웃도는 5천만 원을 기부했다는 ‘셀프 후원’ 논란 등으로 2주 만에 내려왔다.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등이 다음 금감원장 후보로 거명된다.
정은보 대표는 행정고시 28회 재경직에 수석으로 합격해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2013~2016년 동안 기획재정부 차관보로 일하면서 역대 최장수 차관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 뒤에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규모 금융정책의 실무를 이끌었다.
김용범 차관은 제30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국제금융시스템개혁국장,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거쳐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김오수 전 차관은 2018년 윤 원장 선임 당시 청와대 인사검증 대상자 3인에 포함됐다.
이 밖에 최운열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은경 금감원 부원장도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관료출신 금감원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2월 소식지를 통해 “윤 원장의 유일한 공헌이라면 교수가 관료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을 가르쳐 준 것이라고 하겠다”며 “제발 새 원장은 비관료를 고집하지 말기 바란다”고 말했다.
물론 윤 원장이 유임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문재인 정부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새 인물을 뽑기보다 윤 원장을 재신임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윤 원장은 종합검사를 부활시키고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CEO를 제재대상에 올리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힘써왔다. 윤 원장도 연임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장의 임기는 5월7일까지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임명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