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태양광시황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3일 기준 태양광 폴리실리콘은 킬로그램당 15.63달러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OCI가 2020년 2월 국내 군산 공장을 폐쇄할 때 가격인 7.1달러와 비교해 2배 넘게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공급부족으로 당분간 폴리실리콘 가격은 킬로그램당 16~18달러 수준에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021년 글로벌 태양광 수요 전망치가 기존 149GW(기가와트)에서 최대 200GW로 상향조정됐다. 반면 중국 신장지역에 위치한 폴리실리콘 제조기업 이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폴리실리콘 증설 계획이 사실상 없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폴리실리콘 수요는 연 45만~50만 톤 수준인데 글로벌 생산설비 가운데 48%에 해당하는 28만 톤이 중국 신장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며 "신장지역 소수민족의 인권문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오르며 미국 정부가 수입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신장에서 생산하는 폴리실리콘 구매 자제 움직임이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원은 “신장지역 인권문제로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영국 등 선진국들은 독일 바커(Wacker) 6만 톤, OCI 3만 톤, 미국 헴록(Hemlock) 1만 톤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보니 증권업계에서는 OCI가 지난해 2월 멈췄던 국내 군산 공장을 재가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OCI가 국내 군산 공장을 일부 재가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필요한 생산능력을 제외해도 태양광 폴리실리콘 추가 생산여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OCI는 국내 군산 공장을 재가동한다면 현재 거래되고 있는 폴리실리콘 가격 수준에서 이익을 낼 수 있어 재가동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는 어렵다. 과거 국내 군산 공장에서 생산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는 킬로그램당 13~14달러로 알려졌다.
OCI는 군산 공장을 멈추기 전에는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이 모두 7만9천 톤으로 글로벌 생산량 기준 2위에 올라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만2천 톤 규모에 해당하는 군산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글로벌 생산능력 순위도 7위로 밀려나 물량 측면에서 경쟁력을 크게 잃었다.
이재윤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공장 가동중단 당시에 “OCI는 주력사업의 시장지위와 사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특성상 경기 상승기에 기대되던 잠재적 수익창출력이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게다가 지난해 7월부터 중국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제조사들의 화재 사고와 홍수 등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본격적으로 반등하기 시작하자 에너지업계에선 OCI가 군산 공장을 멈추지 않았다면 수혜를 더 크게 봤을 것이라고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OCI가 국내 공장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2020년 영업이익 1500억~2천억 원을 추가로 거뒀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586억 원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이 부회장으로서는 섣불리 재가동을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공급과잉 상황이 벌어지며 치킨게임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2018년 킬로그램당 17달러에서 2020년 6월 6.2달러까지 떨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2018년 4분기부터 2020년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낸 뼈아픈 과거가 있다.
이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내 군산 공장의 사업을 중단하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었다.
최저 생산원가에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들과 싸워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반영된 결정이었던 만큼 이 회장은 물량 확보보다는 수익성을 중심에 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OCI가 중국 이외 글로벌 폴리실리콘 생산기업 가운데 겨룰 만한 곳은 독일 바커와 미국 헴록 등 2곳 뿐이다.
이 가운데 OCI는 원가경쟁력이 가장 좋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2021년 기준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는 OCI가 킬로그램당 7달러, 독일 바커가 9달러, 헴콕이 10~11달러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폴리실리콘 생산원가에서 40~50%가 전기요금이 차지하는데 말레이시아 전기요금은 국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공장은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격만큼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국내 군산 공장의 유휴설비 일부를 말레이시아 공장으로 옮겨 말레이시아 생산공정 효율화(디보틀넥킹)를 통한 원가 절감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생산능력도 현재 3만 톤에서 3만5천 톤으로 확대된다.
이 부회장은 “원가 절감을 위한 제일 좋은 방법은 증설이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이동제한이 풀리는 대로 가동을 중단한 군산 공장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말레이시아로 옮기고자 한다”고 말했다.
OCI 관계자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멈춘 국내 군산 공장을 바로 재가동하기는 어렵다”며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증설작업에 집중하면서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