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의 분담비율 탓에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품질신뢰를 향한 의구심이 커진다면 기업가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김 사장이 70% 분담비율에 합의한 것은 현대차라는 고객사와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탑재한 첫 전기차 아이오닉5의 국내 사전계약을 2월25일 시작했다. 일주일 만에 3만5천 대 예약이 몰리며 올해 국내 판매목표인 2만6500만 대를 이미 30% 초과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전기차 23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내놓는 등 전기차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현대차는 말 그대로 ‘귀한 손님’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게는 리콜비용 분담비율 산정 과정에서 현대차와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 사장이 이를 고려하고 분담비율을 계산했다는 것은 비율 산정결과가 빠르게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2018~2020년 배터리업계의 주요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였다.
이때는 국토교통부가 2년여에 걸친 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과 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들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데 현대차가 코나EV를 포함한 전기차 리콜을 결정한 것이 2월24일이다.
그 뒤 리콜비용 분담비율이 공개되기까지는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책임소재 공방이 길어진다면 시장에서 전기차와 배터리를 향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시 현대차는 아이오닉5 공개를 앞두고 있었던 만큼 이런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절실했다.
물론 김 사장으로서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의 품질신뢰와 관련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불편하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런 우려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국토부는 2월24일 배터리셀 내부의 음극 탭이 접히는 등 셀 내부의 정렬 불량이 전기차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재연실험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터리셀 문제를 화재의 직접적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았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입장문에서 난징 배터리공장의 초기 양산물량 일부에 해당 결함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으나 재연실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미 결함을 인지하고 수정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70%를 분담한다는 비율산정의 배경에는 ‘현대차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더 많이 물러나는 것이 길게 보면 더 나을 수 있다’는 김 사장의 계산을 작용했을 여지가 충분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리콜과 관련해 원인규명 등 조사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발표된 분담비율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은 소비자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관점에서 리콜조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면서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