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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
한화그룹이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관심을 쏟는 방산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을 마련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 유동성 늘리는 한화, 방산사업 더 키우나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이 한화테크윈을 중심으로 현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보유한 주식을 계속 처분하며 수천억 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테크윈은 6일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4%를 매각해 2796억 원을 손에 넣었다. 한화테크윈은 이보다 앞서 한화종합화학 지분 23.4%를 매각해 4418억 원을 마련했다.
게다가 지난해 4분기 발행한 1천억 원 규모의 회사채와 삼성테크윈 시절 보유하고 있던 항공기를 삼성그룹에 매각해 확보한 542억 원도 있다. 이를 더하면 거의 9천억 원 가까운 현금이 유입된 셈이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유동금융자산을 합해 1100억 원 수준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3개월 남짓 만에 현금부자가 됐다.
한화테크윈의 최대주주이자 한화그룹 지주회사인 한화도 유동성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투자업계에서 한화가 보유하고 있는 한화생명 지분을 일부 매각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한화는 이와 관련해 7일 한화생명 지분 매각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화가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21.67%로 1조3천억 원 규모다. 한화의 자회사인 한화건설(24.88%)이 한화생명 최대주주에 올라있어 한화가 지분을 다소 처분한다 해도 한화생명을 지배하는 데 문제는 없다.
한화는 또 한화테크윈 인수대금 납부기일을 올해 말에서 내년 말로 연장했다.
한화는 2014년 삼성그룹으로부터 한화테크윈 지분 32.4%를 인수하면서 2년 동안 인수자금 8400억 원을 분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3700억 원을 납입해야 하는데 이를 내년 말로 늦춘 것이다.
더욱이 한화는 지난해 약 1조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강력한 의지 아래 방산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방산부문 자금 확보도 방산사업 강화를 위한 일련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 김승연, 현금 어디에 쓸까
한화그룹은 한화테크윈이 확보한 자금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 엔진부품사업 확대를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테크윈은 올해 2500억 원의 차입금이 만기 도래한다. 이를 상환하는데 일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테크윈은 지난해 GE 및 P&W와 8조 원에 이르는 엔진부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한화테크윈은 위험과 수익을 참여지분만큼 배분하는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방식의 계약을 맺었다. 지분확보를 위해 투자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은 물론이고 한화까지 자금을 확보하려는 것은 단순히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부분은 방산분야 인수합병 여부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에서 “일류 경쟁력 강화에 그룹의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킬 것”이라며 “그룹의 핵심사업인 방산·유화 분야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넘어 시너지 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한화테크윈 인수를 마무리하고 방산 매출 1위로 도약했다. 한화그룹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방산기업 도약을 위해 추가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한화테크윈이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탈레스의 추가지분 인수다. 한화탈레스는 과거 삼성테크윈과 프랑스 탈레스가 5대5로 출자해 설립한 합작사다.
한화그룹이 한화테크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한화탈레스 지분인수를 두고 잡음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탈레스는 한화탈레스 지분을 처분하고 철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탈레스가 올해 6월29일로 예정된 지분 매각 권리(풋옵션)를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화탈레스 지분가치는 약 2천억 원 남짓이다.
시장에 매몰로 나온 방산기업의 인수합병에 나설 수도 있다. 우선 두산DST 인수 가능성도 있다.
물론 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 관심을 보여 두산DST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일부를 처분하면서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 가능성은 다소 낮아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지상무기 전문기업인 두산DST 인수로 눈을 돌릴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을 때 한화그룹이 어떻게 나올지도 주목된다. 한화그룹은 한국항공우주산업 일부 지분을 매각하기는 했으나 지분 매각과 경영권 인수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추후 매각이 진행될 경우 인수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인수하려면 2조 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이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인수대금을 낮추기 위해 선제적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화테크윈이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을 매각한 뒤 두산그룹도 곧바로 11일 DIP홀딩스가 보유하던 지분 5%를 매각했다. 매각가격은 주당 6만2500원으로 한화테크윈의 매각가격인 주당 7만1700원보다 다소 낮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