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국정조사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증인채택 문제에 막혀 꼼짝을 못하고 있다. 야당은 세월호 성역없는 조사를 위해 김 실장의 증인채택이 사전에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국정조사에 들어간 뒤 결정할 문제라고 거부하고 있다.
야당은 김 실장이 이번 청와대 인적쇄신에서 유임된 뒤 김 실장에 대해 더욱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김 실장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관계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에 반드시 김 실장을 불러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김 실장의 증인채택을 사전에 못박자는 주장은 세월호 참사를 이용해 김 실장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적 공세라고 반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표단-인사청문사전검증팀 연석회의를 열어 "세월호 국회의 본령은 재발방지를 위한 성역없는 진상조사인데 새누리당은 협상에서 김기춘 비서실장 이름 앞에서 계속 무릎을 꿇었다"며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성역인 김기춘 대원군의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이라고 꼬집었다.
김영록 원내수석부대표도 "새누리당은 김기춘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한사코 반대하고 있다"며 "이번 참사에서 청와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무슨 보고를 했고 어떻게 지시했는지는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모시는 비서실장이 밝혀야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야당의원들도 이날 성명을 내 "새누리당은 세월호 가족과 국민들은 안중에 없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방어하면 된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김 비서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돼선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새누리당은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도 이날 지방선거 공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청와대 비서실의 총책임자로서 사건당일 지시와 보고의 핵심적 위치에 있었던 비서실장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계획서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증인을 명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사에서 대전 유세방문 일정을 늦추고 긴급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할 수는 없다"고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떤 사람이 증인인지 국정조사를 통해 기관보고를 하고 파악해 여야 간 합의에 의해 채택되는 것"이라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3조4항'에 증인 이야기가 안 나와 있는데 법을 무시하고 증인을 구체적으로 넣으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즉시 국조특위를 열어서 계획서를 빨리 통과시키고 처리되면 즉시 야권이 요구하는 증인들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길 부탁한다"며 "본회의를 통과시키고 즉시 여야가 합의해 야권이 주장하는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하면 되는데 법을 위반하면서까지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를 위한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여야에 국정조사를 즉각적으로 가동해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가족대책위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여당과 야당은 합의를 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라며 "진도에서 이미 국가가 우리를 버린 것과 같은 실망감을 느꼈는데 국회도 우리를 버렸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가족대책위는 여야에 ▲즉각 국조특위 가동할 것 ▲여야가 주장하는 모든 조사대상, 증인, 자료 공개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채택할 것 ▲조사대상 등을 사전 합의해 본회의와 국조특위를 같은 날 개최할 것 ▲국조특위는 시작과 동시에 진도에서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청취할 것 등 4개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