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대한전선 인수전은 완주할까?
대한전선을 인수할 만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합병에서 항상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종 인수를 결정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24일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글로벌세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등과 함께 대한전선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호반건설이 대한전선을 인수할 유력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최종 인수 여부는 김 회장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올해 호반건설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호반그룹의 인수합병과 신사업 진출 등 중요한 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은 2018년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부터 “인수합병을 포함한 호반의 미래 찾기에 전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을 인수할 만한 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호반건설은 건설사 가운데 가장 건실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호반건설은 부채비율 15.6%를 나타냈고 현금성자산 1조3500억 가량을 보유했다.
호반건설이 김 회장의 무차입경영 기조를 지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실한 재무구조는 지난해에도 유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전선 매각에서 매물은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하나은행 등 채권단 9곳이 보유한 지분 54.03%인데 예상 매각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6천억 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김 회장이 결정을 내린다면 별도의 자금조달 없이 현금성자산만으로도 호반건설은 대한전선을 인수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김 회장이 그동안 인수합병에서 보여온 신중한 모습이 대한전선 인수전에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인수합병에서 가격, 위험성, 인수 뒤 시너지 등을 매우 세심하게 따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호반건설은 2015년 금호산업, 2018년 대우건설, 지난해에는 금호리조트 등의 인수후보에 올랐지만 김 회장은 모두 막판에 포기했다.
김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됐지만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자 거래 종료 직전단계에서 인수 포기로 돌아서기도 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2009년 이후 최대 규모인 영업이익 515억 원을 거두는 등 실적에서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호반건설 주력인 택지개발과 주택사업에서 전선 설치와 발주는 한국전력이 맡기 때문에 호반건설이 대한전선 인수에 따른 시너지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대한전선의 주요 신사업인 해저케이블도 아직은 시작 단계라 사업성을 충분히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으로서는 호반그룹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는 인수합병을 선뜻 추진할 만큼 대한전선이 매력적 매물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회장이 전선업계를 살피기 위해 대한전선 예비입찰에 참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예비입찰에 참여하면 매각대상인 회사를 실사할 권한이 주어진다.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실사만을 목적으로 인수합병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한다.
김 회장으로서도 대한전선 실사를 통해 전선회사를 면밀히 살핀 뒤 시장 파악과 사업 분석이 이뤄지면 나중에 전선회사 인수에 나서는 것이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호반건설이 주요 인수합병마다 단골 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리자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홍보효과를 누리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호반건설이 대규모 인수합병을 추진할 만큼 건실한 회사라는 점이 알려질수록 건설사 인지도가 중요해지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이나 주택분양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호반건설은 대한전선 인수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대한전선 인수 관련 사항은 아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