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재 삼성제약 각자대표이사가 의약품 생산공장을 매각해 빈약한 곳간을 채우고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제약이 의약품을 생산해 온 향남 공장자산을 에이치엘비제약에 매각한 것을 놓고 재무구조를 개선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삼성제약은 16일 에이치엘비제약에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향남 공장자산을 420억 원에 매각했다. 제네릭(복제약) 제조, 생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및 생산 등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매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제약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이어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 기간 영업손실 규모는 모두 580억 원에 이른다. 2020년에도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69억 원을 냈다.
삼성제약은 이번에 매각한 향남 공장 이외에 췌장암 치료제 GV1001을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GV1001은 삼성제약의 관계사인 젬백스앤카엘이 전립선비대증, 알츠하이머병, 비소세포폐암 등의 치료제로 개발을 하고 있는 만큼 삼성제약도 GV1001 개발에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재 대표는 이미 삼성제약의 새로운 사업목록에 호텔사업을 추가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세계적 호텔 브랜드인 하얏트와 손잡고 호텔사업에 뛰어들었다. 충북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인근에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바이오헬스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과 대규모 회의실 등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해 12월 국내언론과 인터뷰에서 “신약 개발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될 만한 것은 다했으며 대부분 성과가 난 덕분에 젬백스앤카엘의 연구개발(R&D)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제약 뿐만 아니라 젬백스앤카엘의 대표도 맡고 있다.
젬백스앤카엘은 삼성제약 지분 11.42%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제약이 호텔사업에 나선 것을 두고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현금 창출을 위한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는 반면 최근 영업손실이 누적되고 있는 삼성제약이 400억 원을 들여 호텔사업에 뛰어드는 것에 비판적 시선도 존재한다.
본업이 아닌 사업에 한 해 매출 규모를 투자하는 것이 적절한 지에 관한 논란인 것이다.
삼성제약은 2019년에 매출 446억 원을 올렸다.
또 의약품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의 흐름과 달리 삼성제약은 향남 공장을 매각해 오히려 의약품 생산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제약은 그동안 향남 공장에서 소화제 ‘까스명수’, 마시는 ‘우황청심원’, 항생제 ‘콤비신’ 등을 생산했다. 이번 향남 공장 매각으로 리아백스 생산 전용 공장에서 의약품 일부를 생산하고 나머지는 향남 공장을 인수하는 에이치엘비제약에 위탁생산을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제약은 의약품의 원재료를 구입하는 데 2019년에만 168억 원을 사용했는데 위탁생산으로 이 비용의 부담은 줄어들겠지만 수익규모 역시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삼성제약은 현재 리아백스로는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애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2015년 리아백스의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임상3상 결과를 제출하지 못해 지난해 8월 품목허가가 취소됐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후 임상3상 결과를 확보한 뒤 2021년 상반기 안에 식약처에 정식 품목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