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이 보험판매 자회사를 설립한 뒤 다른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 인수로 몸집을 키워 보험상품 판매채널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와 합병한 뒤 전속설계사에 의존을 낮춰 인력 효율화를 추진하고 디지털영업채널과 보험판매 자회사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준비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이성원 신한금융플러스 대표. |
24일 신한생명에 따르면 리더스금융판매 영업권 양수절차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리더스금융판매는 지난해 6월 기준 6493명의 설계사를 보유하고 있는 법인보험대리점인데 최근 신한생명 보험판매 자회사인 신한금융플러스에 영업권을 양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신한금융플러스가 다수의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를 새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7월 보험판매 전문 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하고 자회사를 통해 디지털기술 등을 활용한 새 영업방식을 실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제는 신한금융플러스가 보험 판매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리더스금융판매 영업권 인수로 몸집을 본격적으로 키우면서 제판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제판분리는 보험사가 판매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방식으로 보험상품 개발과 판매의 주체를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보험업계에서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 등이 전속설계사를 판매 자회사로 이동하는 완전 제판분리를 추진하고 있으며 NH농협생명 등이 신한생명과 같이 판매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계획이 구체화될 때부터 성 사장이 판매 중심축을 옮기는 작업에 힘을 싣는 것은 결국 7월에 통합법인 신한라이프가 출범한 뒤 전속설계사에 의존을 낮추려는 목적으로 볼 수 있다.
보험업황이 침체되고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영업도 어려워진 만큼 보험사들이 전속설계사 등 직접고용하는 인력을 효율화하고 지점 운영비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절감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디지털 영업채널 활성화를 목표로 내걸고 신한생명을 포함한 주요 계열사가 모바일앱 등 디지털채널을 통한 영업비중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자회사 신한금융플러스 설계사 규모도 크게 늘어난다면 결국 신한라이프 출범 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에 소속되어 있던 전속설계사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신한생명이 오렌지라이프 소속 보험설계사를 흡수하기 위해 신한금융플러스를 설립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기존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설계사 성과체계가 서로 크게 차이났기 때문에 신한라이프 출범 뒤 판매자회사를 통해 새로운 보상체계를 제시하고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신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전속설계사를 판매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설계사들이 원한다면 자회사로 갈 수 있는 길은 열어두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제판분리 가속화는 결국 전속설계사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신한라이프로 합병 뒤 중복인력을 효율화하고 디지털 영업채널 확대를 공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속설계사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신한생명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는 수도권지역, 신한생명은 전국 단위 영업을 주로 하고 설계사들의 연령대도 대체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보험판매 자회사를 통해 영업활동을 하면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본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제판분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한생명이 사업부 양수를 추진하는 리더스금융판매는 지난해 금융당국에서 불완전판매와 허위계약 등 불법행위가 적발돼 업무정지와 과태료 처분 등 제재를 받은 적도 있다.
신한생명은 "리더스금융판매에서 문제가 된 부서는 제외하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가 판매법인을 분리하면 경쟁 심화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통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성 사장은 신한금융플러스 몸집을 키운 뒤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내부통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화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법인보험대리점 자회사 설립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노조 반발에 부딪혔던 적이 있는 만큼 신한생명도 양호한 노사관계 유지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성 사장은 지난해 신한금융플러스 설립계획을 내놓으며 "소비자 보호 중심의 경영을 통해 법인보험대리점업계에서 기준이 될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