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2021-02-21 16:59:24
확대축소
공유하기
대한유화가 화재 안전성이 강한 분리막 소재를 앞세워 높은 실적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대한유화는 고부가가치소재인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을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체질을 개선해왔는데 화재 안전성까지 주목받으며 전기차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 정영태 대한유화 대표이사 사장.
22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한유화가 생산하는 초고밀도폴리에틸렌(UHMWPE)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핵심 고객사들이 전기차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분리막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데다 대한유화의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이 화재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은 전기차배터리 핵심 4대 구성요소 가운데 분리막에 투입되는 원재료다. 분리막은 리튬이온의 이동 통로와 화재위험을 줄이는 역할을 하는데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이 분리막 자체 물성을 결정한다.
대한유화는 중국 은첩고분, 한국 SK아이이테크놀로지, 일본 더블유스코프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데 3사의 생산능력은 2020년 26.6억m2에서 2021년 41.3억m2 등으로 연평균 50% 이상 확장하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한유화 제품을 사용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자 대한유화가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며 “중국 은첩고분과 한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은 경쟁사인 아사히카세이 등의 제품보다 대한유화를 선호해 글로벌 주요 분리막 생산회사에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유화가 다른 경쟁사들과 다른 생산방식을 사용해 초고밀도폴리에틸렌를 생산하는 것이 화재 안전성을 인정받은 비결로 알려졌다.
황 연구원은 “대한유화는 고속의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촉매(티타늄)와 잔여 찌꺼기 등 불순물을 제거한 고순도 제품을 생산한다”며 “경쟁사와 달리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수율이 낮고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약점이 있지만 배터리 순간 출력을 높이고 화재 발생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2017~2019년 주로 발생했던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건 때 대한유화의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을 사용한 중대형 배터리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대한유화 품질 신뢰도에 힘을 싣는다.
대한유화 제품의 품질이 뛰어나 앞으로 성장 전망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글로벌 초고밀도폴리에틸렌 시장도 자체적으로 성장 전망이 밝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분리막용 초고밀도폴리에틸렌시장은 2020년 13만 톤에서 2025년 40만 톤, 2030년 107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 이 시장은 대한유화와 일본 아사히카세이, 미쓰이케미칼, 미국 셀라니즈 등이 선점하고 있는데 대한유화가 6만 톤 정도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50%가량을 차지하며 1위에 올라있다.
이 시장은 배터리 화재와 폭발 등 안전성에 직결되는 소재인 만큼 품질 인증기간이 최소 5년은 소요되는 등 진입장벽이 높아 이미 시장 1위에 올라있는 대한유화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게다가 2월부터 글로벌 경쟁사가 초고밀도폴리에틸렌 가격을 15% 인상하기로 발표하면서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수익성은 3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유화는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통해 생산한 범용 석유화학제품이 매출 90%, 영업이익 75%를 차지하는 전형적 석유화학회사다. 나프타를 분해해 얻은 에틸렌 생산능력은 글로벌 0.4%에 그치는 중형규모의 회사다.
대한유화는 분리막소재인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이 새 성장동력으로 부각되면서 전기차시장 성장과 발맞춰 고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도 대한유화의 고부가가치소재가 부각되면서 기업가치를 높여 잡고 있다. 고부가가치소재인 초고밀도폴리에틸렌이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25%에서 2030년 5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분리막소재는 유가에 관한 민감도가 다른 화학제품에 비해 낮다”며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대한유화의 기존 이익 구조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소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