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가 서울 핵심지역의 호텔들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윤 내정자는 호텔부지를 최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얻고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의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이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현대건설과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최근 사들인 호텔을 허물고 이 자리에 최고급 주거시설을 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재무적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올해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크라운호텔,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등 2개 호텔을 인수했다.
2개 호텔은 모두 서울 핵심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최고급 빌라나 오피스텔을 세운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
크라운호텔은 인근에 한남뉴타운 재개발, 유엔군사령부 부지 개발사업 등이 예정돼 있어 현재 2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부지(7011㎡)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크라운호텔 부지에 한남동 일대의 최고급 주거단지인 ‘한남더힐’, ‘나인원한남’과 비슷한 수준의 빌라가 들어서더라도 분양이 무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르메르디앙호텔은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 바로 붙어있는 입지를 갖추고 있다. 대지면적 1만362㎡ 규모인데 지난해 기준으로 1㎡당 공시지가가 3707만 원에 이른다.
강남 한복판이라는 입지를 고려하면 르메르디앙호텔 부지에는 최고급 오피스텔과 판매시설이 결합된 주상복합이 들어설 것으로 부동산개발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윤 내정자가 주택사업본부장 시절부터 최고급 주거시설 시공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도 이런 호텔의 개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8월 청담동 ‘더펜트하우스 청담’을 준공했고 청담동 ‘에테르노 청담’, 서빙고동 ‘아페르 한강’등의 시공도 맡았다.
각각 3천 ㎡ 규모의 대지에 30세대에 미치지 못하는 규모로 들어서지만 최고급으로 시공돼 한 세대당 가격은 100억~300억 원에 이른다.
전체 규모는 작지만 고급으로 지어져 공사비가 높게 잡혀 있다. 더펜트하우스 청담 공사비는 3.3㎡당 1천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서울시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서 현대건설이 제안한 공사비(547만 원)의 2배 수준이다.
현대건설은 이런 최고급 빌라 하나를 짓는 데 700억~800억 원 수준의 공사비를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크라운호텔과 르메르디앙호텔 부지가 이보다 각각 2배, 3배 이상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은 개발 공사비로만 매출 4천억 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윤 내정자가 호텔부지에 들어설 최고급 주거시설에 디에이치 브랜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2개의 호텔 부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현대건설이 단순 시공을 넘어선 역할을 맡을 수도 있는 만큼 디에이치를 적용할 만한 조건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윤 내정자로서도 서울 핵심입지의 최고급 주거시설에 디에이치를 적용할 수 있다면 브랜드 가치를 더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윤 내정자의 중요한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내정자는 특히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지상과제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을 앞두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8차단지가 포함된 압구정4구역은 10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재건축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윤 사장으로서는 디에이치 가치를 극대화하며 수주전에 대비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크라운호텔과 르메르디앙호텔 부지 개발을 놓고 아직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두 호텔 인수가 예정됐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호텔 개발방안 등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