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약 2년 동안 신규 발행어음사업자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심사중단제도가 꼽힌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을 보유한 증권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발행어음시장에 진출 할 수 있다.
2020년 3분기 말 기준 4조 원이 넘는 자기자본을 지닌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9조5732억 원), NH투자증권(5조7736억원), 한국투자증권(5조5760억 원) , 삼성증권(5조1993억 원), KB증권(4조9407억 원), 신한금융투자(4조4400억 원), 하나금융투자(4조2966억 원), 메리츠증권(4조4285억 원) 등 모두 8곳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발행어음사업자는 단 3곳 뿐인데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NH투자증권 2018년, KB증권 2019년에 인가를 받은 뒤 2년 가까이 신규사업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등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잡힌 금융회사들이 신사업 진출에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심사중단제도란 금융회사와 관련한 소송·조사·검사 등이 진행 중인 때 금융당국이 인허가 및 대주주 변경 승인 등 심사절차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회사와 관련한 소송 등이 진행되면 심사를 중단하고 언제 다시 심사가 재개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과도한 불확실성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최근 금융당국은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1월 간담회에서 ”심사중단제도 관련 판단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비판이 있는 만큼 예측가능성과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 금융업법 전반의 심사중단제도를 모두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 검사 등이 진행되더라도 심사를 계속 받을 수 있는 등 심사중단제도 적용기준이 완화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주주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1심 판결 뒤 심사를 재개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판결이 나올때 까지 길게는 몇 년 동안 심사가 중단됐던 기존 제도를 완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조사나 검사, 소송 등 심사중단요건이 되는 사안이 금융사의 신사업과 큰 관련이 없을 때는 심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2017년 발행어음제도가 도입된 직후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기 위한 심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후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진 탓에 금융당국은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의 심사중단을 결정했고 아직도 발행어음사업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연말 미래에셋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2면 반에 걸친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미래에셋대우의 족쇄가 사라졌고 금융당국은 최근 미래에셋대우의 단기금융업 인가절차를 다시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실질적 대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던 탓에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고 단기금융업 인가심사는 지지부진했다.
이후 2018년 유령주식 배당사태로 삼성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며 단기금융업 인가심사를 자진철회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2019년과 2020년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필요한 자기자본 4조 원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대주주 적격성 관련 문제로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대주주인 하나금융그룹이 2017년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로부터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특혜성 대출을 내줬다는 의혹으로 형사고발을 당한 탓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펀드 환매중단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처분을 받았는데 금융위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심사중단제도와 상관 없이 신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