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2-04 14: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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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글로벌 데이터센터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메모리반도체를 사업전략의 중심에 세우고 있다.
전력효율이 높은 메모리반도체 공급을 확대하면 결과적으로 전기 생산에 필요한 탄소 배출량을 줄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기조에 부합한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사업적 측면에서도 저전력 메모리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기업들은 운영비를 절감하면서 세계적 친환경정책에 따라가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기조 확산으로 글로벌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해 주요 데이터센터기업들의 전력 소모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는 서버, 네트워크장비, 저장매체 등 기업의 IT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기기를 모아놓은 장소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IT서비스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숫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전문 사이트 데이터센터닷컴 자료를 보면 현재 북미에서만 데이터센터 1639곳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에는 659곳이 설치됐다. 한국·중국·인도 등 아시아에도 500곳 이상이 자리를 잡았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보통 건물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 분석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일반 사무공간과 비교해 면적당 에너지를 10~50배가량 더 많이 소모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데이터센터 규모가 5년 안에 현재의 2배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른 시일 안에 글로벌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이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메모리반도체 전력효율을 개선해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환경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반도체사업에도 ESG경영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차선용 SK하이닉스 D램개발 담당은 3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주관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전력소비도 함께 늘게 되고 탄소배출도 증가한다"며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개발해 에너지 절약 솔루션을 찾는 것이 SK하이닉스의 사회적 역할이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기존보다 전력을 적게 소모하는 차세대 D램 DDR5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DDR5는 D램의 최신 규격으로 이전 세대보다 1.8배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한다. 그러면서도 전력 사용량은 20% 적어 D램이 많이 사용되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D램뿐 아니라 낸드플래시 기반 저장매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관해서도 저전력 제품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SSD 역시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제품이어서 전력 효율성이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저전력 SSD 개발 등의 프로젝트를 위해 1월 친환경 채권 그린본드를 10억 달러 규모로 발행했다.
D램과 SSD 등 저전력 제품 공급을 통해 2022년까지 탄소 배출량 650만 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이 이같은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 등 환경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2020년 12월 '도쿄 포럼 2020' 행사에서 "환경을 해치는 잘못된 행동들을 궁극적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방법론들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며 “기업들이 ESG경영을 가속화하는 것이 환경위기와 코로나 팬데믹 등을 극복하는 해법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ESG경영에 힘을 주는 것은 친환경적 강점이 실제로 기업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 전력효율성은 데이터센터 고객을 확보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 데이터센터 41곳의 연간 운영비용 비율. 보라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전기요금이다. 데이터센터 면적에 따라 평균적으로 연간 운영비용의 33~42%를 전기요금으로 지출했다. <포네몬인스티튜트>
데이터센터는 전기 사용량이 많은 만큼 운영비의 상당 부분이 전기요금으로 투입된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를 적게 쓰는 반도체와 저장매체가 필요하다.
컨설팅업체 포네몬인스티튜트가 2016년 발간한 ‘컴퓨팅 용량 지원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41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 연간 운영비용의 33~42%를 전기요금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책적으로도 저전력 반도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요 국가들이 자동차나 선박 등 기존 중공업 분야를 넘어 정보통신기술(ICT) 쪽에도 친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2월 발표한 ‘유럽의 디지털 미래(Shaping Europe’s digital future)’ 전략에서 “데이터센터와 통신시설들은 2030년까지 기후중립이 될 수 있고 돼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중립은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기업들은 올해 인텔의 새로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출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서버 증설 및 교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은 저전력 제품을 앞세워 시장 수요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