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에서 봉가사우스웨스트-아파로(Bonga Southwest-Aparro) 프로젝트에 쓰일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와 하이(Hi) 프로젝트에 쓰일 가스 공급플랫폼 1기를 노린다.
브라질에서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PetroBras)가 추진하는 부지오스(Buzios) 프로젝트에 투입될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2기 가운데 1기의 수주에 도전한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3기를 통해 해양부문에서 올해 32억 달러를, 상선부문에서 46억 달러를 각각 수주해 올해 78억 달러치 일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 사장의 이런 목표 설정을 두고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해양플랜트는 1기 건조가격이 10억 달러에 이르는 초고가 제품으로 고부가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5~6척과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 1기의 수주에 실패했을 때 상선부문에서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 뜻이다. 심지어 정 사장이 수주를 노리는 설비는 3기나 된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올해 해양부문 수주목표를 ‘공격적’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업계는 우선 나이지리아의 해양플랜트 2기와 관련해서는 삼성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이지리아에는 자원개발사업에 필요한 설비의 일부 제작과정을 현지에서 현지인력을 통해 진행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나이지리아 라고스에 현지 심해물류회사 라돌(LADOL)과 만든 합자조선소를 보유하고 있어 이런 법을 충족하기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브라질 해양플랜트다.
이 설비의 입찰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등 한국 조선3사가 각각 해외 조선사나 엔지니어링회사들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3파전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해양 전문매체 업스트림은 2일 “페트로브라스가 진행한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2기의 입찰에서 현대중공업-싱가포르 케펠(Keppel) 컨소시엄이 가장 낮은 금액인 23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탈리아 사이펨(Saipem) 컨소시엄이 차순위인 26억 달러를, 삼성중공업-일본 토요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은 가장 비싼 28억 달러를 각각 입찰했다.
정 사장은 올해 해양플랜트 3기를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는 셈이다.
설사 정 사장이 계획대로 해양플랜트 3기를 모두 따내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 기간 누적 적자는 4조 원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의존도가 가장 높다. 대규모 적자는 해양플랜트의 건조나 인도 일정 지연과 관련한 일회성 비용 탓이 컸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수주잔고에서 해양플랜트 비중을 낮추는 데 공을 들여왔다. 삼성중공업의 수주목표에서 해양부문 목표의 비중은 2016년 60%(125억 달러 가운데 75억 달러)에서 2020년 30%(84억 달러 가운데 25억 달러)로 꾸준히 낮아졌다.
그런데 올해는 수주목표 78억 달러 가운데 해양부문 목표가 32억 달러다. 비중은 41%로 다시 높아졌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기존에 수주했던 해양플랜트와 관련한 비용이 아직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다시 해양플랜트 비중을 높이는 성장전략이 유효한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파악했다.
다만 정 사장이 충분한 계산을 거친 뒤 올해 수주목표를 설정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코로나19로 선박 발주가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상선 55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올해 상선부문 목표 46억 달러는 상당히 보수적이다”며 “내부적으로도 해양부문에서 수주를 놓치는 물량을 상선부문의 추가 수주로 메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크기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에지나(Egina) FPSO'. <삼성중공업>
정 사장이 해양플랜트 리스크 관리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2014년 6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삼성중공업 R&M(리스크관리)팀장을 지냈다.
삼성중공업 R&M팀은 발주가 나온 물량의 위험도를 측정해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일감을 선별하는 조직이다.
삼성중공업이 시도한 수주목표에서 해양부문의 비중을 낮추는 그동안 전략에 정 사장이 관여했던 셈이다.
그런 정 사장이 다시 해양플랜트 비중을 높이는 것은 수주를 노리는 물량들의 리스크와 관련해 충분한 검토를 거쳤기 때문이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은 조선3사 가운데 해양플랜트 건조경험이 가장 많다”며 “풍부한 건조경험을 토대로 축적한 교훈(Lesson-Learned)을 활용해 일회성 비용의 리스크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