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표는 올해부터 시작하는 대출포트폴리오 다각화에서 카카오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하는 대안신용평가모형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출범 이후 카카오 공동체의 여러 데이터를 축적해 신용대출에 사용하며 시중보다 조금 더 낮은 이자로 대출상품을 제공했다"며 "이렇게 노력했던 것을 올해는 규모를 확대해 중저신용자 대출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저신용자 중금리대출 공급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중금리대출 공급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의 주요한 취지 가운데 하나다. 중금리대출 확대를 통해 기존 은행권과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만의 차별성을 보여줘야 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1조 원과 1조4천 억원의 중금리대출을 공급했다. 하지만 대부분 정책중금리 상품인 '사잇돌대출'에 집중됐다. 이는 정부의 보증을 받아 대출을 실행하는 것으로 기존 은행권도 모두 진행하고 있는 상품이다.
게다가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 비중이 지속해서 줄어왔다. 5~6등급 신용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출 비중은 2017년 말 10.2%에서 2020년 5.5%로 감소했다.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도 같은 기간 1.78%에서 0.87%로 낮아졌다.
윤 대표는 올해 보증부대출이 아닌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평가에 기반한 중금리대출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출범 이후 3년 동안 수 백만 건의 대출과 10억 건 이상의 결제이력 등 카카오뱅크 고객 데이터를 대안신용평가모형에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카카오뱅크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과 고도화를 위해 리스크 전문가를 비롯한 40여 명의 빅데이터 전문가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가 카카오뱅크 중금리대출로 대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 성공하면 추가 성장동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계신용대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중금리대출시장이 새로운 대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금융 이력이 부족해 대출을 받지 못했던 고객들을 신규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도 지난해 말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자대출을 선보였는데 기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씬파일러' 개인사업자 가운데 40%에 사업자금 대출을 진행했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업으로 보유한 신용데이터에 더해 카카오,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사의 쇼핑,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중금리대출을 위한 더욱 정밀한 대안신용평가모형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표는 중금리대출상품의 단점으로 꼽히는 대출 부실과 관련해서도 데이터 기반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부실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대손충당금을 적게 쌓으면서 이자율을 낮게 가져가는 중금리 대출은 있을 수 없다"며 "중저신용자 대출규모를 확장하는 3년 동안 대안신용평가모형에 관한 실력을 시장에서 테스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본격적으로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섬으로써 카카오뱅크 기업공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는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대출사업 성장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번 중금리대출상품 출시는 카카오뱅크의 신규대출 성장여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하반기에 기업공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표는 "우선 3월 말 주주총회에서 2020년 실적을 결산하고 확정해야 해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 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전문가와 함께 상장시기를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