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상징으로 꼽히는 만큼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도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재건축사업 관련 움직임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다.
1일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포함된 압구정 재건축2·3·4구역은 상반기 안에 강남구청으로부터 조합 설립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14차 단지로 구성돼 있으며 83개 동, 6335세대 규모다.
압구정 재건축3구역(1~7차와 10·13·14차)에 가장 많은 세대가 포함돼 있고 2구역(9·11·12차)과 4구역(8차)에 나머지 세대가 들어가 있다.
4구역은 지난해 12월 강남구청에 조합 설립 신청을 마쳐 2월 안에 조합 설립인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3구역은 2월28일 조합 창립총회를 연다는 계획을 세워뒀고 2구역도 재건축 동의율이 75%를 넘어서 조합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8차의 163.67㎡형이 1월12일 역대 최고가인 37억 원에 거래되는 등 압구정 현대아파트 시세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재건축사업 진행을 향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은 2030년은 돼야 본격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부동산업계에서 많았다.
집주인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곳이 많고 대형 평형에 고령의 집주인들이 많이 살고 있어 재건축 동의율이 낮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규제로 재건축사업에 실거주 의무를 넣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대책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재건축단지는 조합원이 조합 설립인가 전에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재건축단지 실거주 의무 등의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연말부터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규제 의지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통과가 유력하다고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집주인들로서는 해외거주 등 이유로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규제 적용 이전에 조합을 설립하고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야 했던 셈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후보들이 모두 재건축사업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며 “이번 정권에서는 재건축사업이 어렵다고 판단했던 서울 강남 노후단지들 사이에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속도를 살피면 윤 내정자는 2024년 3월까지인 임기 안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수주전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서울 재건축사업은 ‘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시공사 선정-관리처분계획 인가-철거 및 시공’ 순으로 진행된다.
사업시행 인가는 사업내용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신청 이후 6개월~1년 사이에 일반적으로 나온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상반기 안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곧바로 사업시행 인가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면 2년 안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윤 내정자는 임기 안에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전이 벌어진다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사업 확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부터 1987년까지 11년에 걸쳐 지어졌는데 현대건설 주택사업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현대건설은 재건축사업이 진행되면 반드시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워둔 것으로 전해졌다.
정수현, 박동욱 전 사장을 포함해 현대건설 임원 상당수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 살았거나 살고 있다는 것도 ‘현대건설맨’들에게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지니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건설이 고급 아파트 브랜드 ‘디에이치’를 만들고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에 힘을 쏟았던 것도 최종적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준비라는 시선이 나오는 데에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내정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수주한다면 현대건설 주택사업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대표로 남을 수도 있다.
6355세대 규모의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현대건설이 모두 수주한다면 단일 시공사로서 서울 최대 규모의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1만2천 세대로 규모는 더 크지만 4개의 건설사가 각각 25%가량의 시공지분을 들고 있어 한 건설사당 대략 3천 세대만 짓는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재건축이 이뤄지면 국내 최고가 아파트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윤 내정자가 수주에 성공한다면 현대건설과 디에이치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높이는 성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윤 내정자는 주택사업 성과로 사장까지 올랐는데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반드시 수주해야 할 이유가 많은 셈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을 주시하고 있으며 수주전이 벌어지면 수주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현대건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며 “수주전이 벌어진다면 최선을 다해 수주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