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허가를 승인받은 뒤에도 효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내려놓을 수 없게 됐다.
셀트리온은 렉키로나주 개발을 통해 신약 개발역량을 입증하고 글로벌 종합제약회사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데 당장 임상2상 결과만 놓고는 렉키로나주의 효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지 않다.
▲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3상에서 무엇보다 렉키로나주가 경증환자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능이 있음을 입증할 필요가 커졌다.
셀트리온은 애초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경증환자의 증세 악화를 막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여왔는데 정작 경증환자들은 렉키로나주의 투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27일 진행한 렉키로나주 관련 자문회의에서 임상3상 시험을 진행하는 조건을 달고 조건부 승인을 허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고위험군 경증환자와 중등증 환자로 렉키로나주의 투여 대상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셀트리온의 글로벌 임상2상 자료만으로는 경증환자 대상으로 렉키로나주의 유의미한 효능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봤다.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승인절차가 아직 남은 만큼 투여대상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생명과 관련된 일이다 보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지막으로 최종점검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자문회의 결과를 종합하고 2월5일쯤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렉키로나주가 사실상 조건부 승인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셀트리온이 렉키로나주 개발에서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오기도 했고 국내 하루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여전히 500명을 웃돌 만큼 상황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셀트리온에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런 상황적 배경뿐 아니라 무엇보다 렉키로나주가 효능과 안전성을 갖춘 덕분으로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견주는 것을 목표로 신약 개발에 꾸준히 힘을 쏟고 있다. 렉키로나주가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 셀트리온의 첫 번째 신약이 되는 셈인데 ‘반쪽짜리 성적표’로는 신약 개발역량을 입증하기 힘들다.
게다가 렉키로나주의 진짜 승부처는 시장 규모 측면에서 볼 때 미국과 유럽 등 해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임상2상 자료만으로는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의 글로벌 임상2상 자료를 보면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나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와 비교해 뒤처지지는 않는 것으로 분석되나 아직은 이 자료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UA)에 신청서 제출이 가능한 지 알 수 없다”고 바라봤다.
셀트리온은 모두 10여 개국에서 1172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임상2상(372명)과 비교해 시험 환자 수가 훨씬 많은 만큼 경증환자를 다수 확보함으로써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글로벌 임상3상 환자모집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증과 중등증환자를 폭넓게 확보해 임상을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