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023년 안에 의미있는 규모의 인수합병(M&A)을 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증설투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여러 지역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최윤호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은 28일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수년 동안 인수합병 대상을 신중하게 검토해 와 많은 준비가 진행된 상태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이라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2023년 내에 의미있는 규모의 인수합병 실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엔비디아의 ARM 인수, AMD의 자일링스 인수,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 인수 등 인수합병이 활발하다.
삼성전자가 100조 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구체적으로 가능성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속적 현금 증가가 회사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인수합병과 시설투자 확대로 현금 증가 위험을 감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공장 건설투자를 놓고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했다.
한승훈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전무는 파운드리 고객 수요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충은 상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오스틴을 포함해 화성, 평택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텔 파운드리 수주와 관련해서는 “고객과 관련해 구체적 언급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인텔 외주생산 확대가 파운드리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선단공정 확대와 차별화된 솔루션으로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시장이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과 지정학적 위험이 있어 2017~2018년 수준의 상승주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인프라 중심의 선제적 투자를 하되 수급상황을 면밀히 살피면서 탄력적으로 투자에 반영하기로 했다.
한진만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급격한 메모리반도체 반등은 정보기술(IT)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수요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 가격 수익성을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4세대 10나노급(1α) D램을 연내 양산하겠다고 했다. 최근 경쟁사인 마이크론이 4세대 10나노급 D램 양산을 발표했다. 다만 마이크론은 극자외선 공정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극자외선 공정은 웨이퍼에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노광 공정에서 기존 광원보다 파장이 짧은 극자외선을 이용해 더 가는 회로를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반도체는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 등이 개선된다.
더블스택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7세대 V낸드도 올해 나온다. 이 역시 경쟁사보다는 뒤졌으나 업계 최소 높이에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됐다. 싱글스택 구조의 6세대 V낸드는 증설이 완료돼 생산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낸드플래시를 쌓는 과정에서는 각 층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나노미터(nm) 단위의 미세한 구멍을 빽빽이 뚫는 일이 필요하다. 적층 단수가 높아질수록 구멍을 뚫는 공정의 난도가 높아진다.
이에 따라 낮은 단수에서는 구멍을 한 번에 뚫는 ‘싱글스택’, 높은 단수에서는 두 번으로 나눠 뚫는 ‘더블스택’ 기술이 적용된다.
싱글스택은 공정이 두 번으로 나뉘는 더블스택보다 생산비용이 저렴하지만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더 어렵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