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과 동시에 아시아나항공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해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직원들은 박 회장이 빚을 내 그룹을 재건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져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을 선택했다고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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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하지만 선제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30일 구조조정 최종 확정안을 발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4일 전체 임원과 조직장 140여 명을 대상으로 지점 통폐합에 따른 지점장 36명 철수, 예약과 발권부서 아웃소싱, 임원 임금 삭감과 차량 반납, 희망퇴직 등의 방안을 논의하는 경영정상화 설명회를 열었다.
아시아나항공이 희망퇴직을 실시할 경우 창사 이래 최초가 된다. 아시아나항공이 이번에 전체 직원의 15%에 이르는 1200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이 희망퇴직을 검토할 정도로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것을 놓고 내부에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올해 대한항공과 다른 저비용항공사들도 메르스와 환율이라는 악재를 만났는데 유독 아시아나항공만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구조조정이 박삼구 회장의 그룹 재건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부에서 제기된다.
박 회장이 이자비용 등 앞으로도 돈 들어갈 곳이 많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을 쥐어짜는 방안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29일 금호산업 채권단에 인수대금 7228억 원을 완납하고 그룹을 되찾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5700억 원은 대기업과 금융권 등으로부터 조달한 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아시아나항공이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은 지금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가 의심스럽다"며 "한 사람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1천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으로 여행 수요가 급감했을 때와 2008년과 2013년 고유가로 경영부담이 컸을 때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지만 희망퇴직은 시행하지 않았다. 당시 희망휴직을 시행했을 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와 2001년 911 테러 때는 의무적으로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난이 구조적 문제에서 오는 만큼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보다 단거리노선 비중이 높아 저비용항공사의 공세에 더욱 취약하다. 중국과 동남아 등 단거리노선의 비중이 50%가 넘지만 저비용항공사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가 주로 취항한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에서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많은 점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 기종 교체 수요가 많은 탓에 앞으로 환차손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내리며 “우호적인 사업 환경의 수혜가 제한적이어서 재무부담 개선이 쉽지 않다”며 “구조적인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