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01-19 14: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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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가공식품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글로벌비즈니스 담당으로 업무에 복귀한 만큼 경영권 승계작업에서 최 대표의 역할과 성과는 더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
1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지난해 만두 등 가공식품 수요 증가로 실적반등에 성공한 가운데 올해는 글로벌 공략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 대표는 최근 식품부문 아래에 ‘식품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최 대표는 식품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비비고만두’라는 단일 카테고리를 매출 1조 원까지 키운 노하우를 다른 가공식품 판매에도 적용해 미국 식품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의 유통채널을 활용해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을 월마트와 크로거 등 미국 대형마트에 입점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은 슈완스와 영업 시너지를 위한 다양한 작업들을 진행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슈완스와 영업조직 통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 확대는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복귀해 ‘글로벌비즈니스’라는 새롭게 신설된 팀을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비지니스팀은 K푸드 세계화를 위해 전략제품을 발굴하고 사업전략을 수립, 실행하는 팀으로 사실상 이 부장이 해외공략의 선봉장 역할을 맡게 됐다.
이 부장은 CJ그룹 경영권 승계 1순위지만 아직까지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만한 성과가 없다. 게다가 마약 밀반입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반면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CJENM 부사장대우는 CJENM 브랜드전략실을 이끌며 ‘사랑의 불시착’, K-CON(K팝 콘서트) 등 드라마와 영화, 공연 분야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데 기여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런 성과로 지난 인사에서 승진했고 이 부사장대우가 이끄는 브랜드전략실은 최근 확대개편됐다.
이에 따라 이 부장도 CJ제일제당의 해외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부장에게 긍정적인 것은 최근 CJ제일제당이 성공적으로 해외 식품시장에 안착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영능력을 보여주기 유리한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CJ그룹은 ‘장자 승계’ 원칙이 확고한 만큼 이 부장이 어느 정도 경영능력만 입증한다면 경영권 승계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오너일가는 지난해 12월 CJ올리브영 일부 지분을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에 매각하는 등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각된 CJ올리브영 지분에는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보유한 지분 17.97%와 이경후 부사장대우의 지분 6.91%도 포함돼 있다. 오너일가의 CJ올리브영 지분 매각자금은 승계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최은석 대표는 앞으로 이 부장이 CJ제일제당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경영능력을 갖추기까지 후견인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CJ대한통운, CJENM 등을 두루 거쳤고 2017년 이재현 회장이 복귀한 뒤 CJ 경영전략총괄을 맡는 등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 대표가 3년여 동안 역임한 경영전략총괄은 CJ그룹의 ‘기획실장’에 해당하는 자리로 인수합병과 지배구조 개편, 사업전략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CJ제일제당의 미국 슈완스 인수도 최 대표가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인사에서 최 대표가 CJ제일제당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이재현 회장이 믿을 만한 젊은 세대 경영인을 미리 이선호 부장 옆에 둔 것이란 말도 나온다.
최 대표는 1967년 태어났는데 CJ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 가운데 가장 어리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이 이선호 부장에게 안정적으로 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는 말이 CJ그룹 안팎에서 나온다”며 “이 부장이 아직 31세로 나이가 어린 만큼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데 이 회장으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최 대표가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