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도 상장주관시장 1위 경쟁에서 하반기 ‘역전’에 성공할까?
한국투자증권과 함께 상장주관 강자로 꼽히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일찌감치 SK바이오사이언스, 크래프톤 등을 맡아 기업공개 준비에 여념 없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대어급 주관경쟁에서 다소 밀리고 있다.
12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기업공개시장에서 하반기에 대역전극을 보여주며 주관실적 1위를 차지했다.
2016년 정상에 오른 뒤 4년 만에 1위 탈환에 성공한 것이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0년 3분기까지만 해도 한국투자증권의 주관순위는 NH투자증권에 밀려 2위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6675억 원 가량의 상장주관실적을 쌓았고 1위인 NH투자증권의 실적은 8536억 원이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4분기에만 9건의 기업공개를 마무리하고 5451억 원의 실적을 추가하는 뒷심을 보였다.
매서운 뒷심 덕분에 2020년에 모두 1조2126억 원의 주관실적을 쌓아 4분기에 단 2건을 마무리하는 데 그친 NH투자증권(8690억 원)을 따돌리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이 크래프톤과 SK바이오사이언스, 카카오뱅크 등 올해 기업공개시장에서 대어급으로 꼽히는 회사의 상장주관을 맡지 못해 대어급 가뭄을 겪고 있지만 역전할 수 있을지 기대되는 이유다.
특히 12일 한국투자증권이 한화종합화학 기업공개를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직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은 LG에너지솔루션 등 기업공개를 한국투자증권이 따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역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배터리사업부를 분할해 지난해 12월 설립한 신규법인이다. 40조~50조 원의 기업가치를 지닐 것으로 평가된다.
정 사장으로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나 크래프톤 등 주관을 놓친 아쉬움을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달래기 위해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에도 기업공개 주관시장에서 막판 뒷심을 보인 바 있다.
2019년 상반기에 한국투자증권은 280억 원의 실적을 쌓아 8위에 불과했는데 매서운 뒷심을 발휘해 하반기에만 7600억 원이 넘는 실적을 쌓아 2위로 올라섰다.
한국투자증권의 2019년 연간 주관실적은 7953억 원으로 1위인 NH투자증권(1조184억 원)에 밀렸지만 하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7673억 원)이 NH투자증권(6465억 원)을 뛰어 넘는다.
정 사장은 투자금융업계에서 대표적 기업공개 전문가로 꼽힌다. 30년 가까이 투자금융(IB)부문에서 일한 전문가로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기업공개 주관을 이끌었다.
특히 2010년 삼성생명 기업공개는 공모규모만 4조8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였지만 주어진 시간은 5개월에 불과해 특히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보통 기업공개가 1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데 삼성생명 상장은 5개월 만에 마무리되면서 정 사장의 기업공개 역량을 업계에 각인한 사례로 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