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 휘트먼 휴렛팩커드(HP) CEO가 추진하는 인력감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휘트먼이 또 대규모 감원 계획을 내놓았다. 순이익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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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 휘트먼 HP CEO |
휘트먼은 22일(현지시각) HP의 2분기(2~4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감원계획도 밝혔다.
HP의 2분기 매출은 273억 달러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 줄며 11분기 연속 감소했다. 반면 순이익은 12억7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기간에 비해 18% 늘었다. 매출은 줄었지만 순이익이 늘어난 것은 인력감축의 효과로 분석된다.
휘트먼은 이 자리에서 1만6천 명의 직원을 추가로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HP는 2012년 5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며 2만7천 명을 정리해고 한다고 밝혔다가 그해 9월 2만9천 명으로 늘렸다. 여기에 다시 5천 명을 추가한 데 이어 이번에 또 1만6천 명을 더했다.
이번 구조조정에 연구개발 인력과 영업부를 제외한 모든 부서가 감원대상에 올랐다. 현재 HP의 임직원 숫자는 약 25만여 명이다.
휘트먼은 이날 “매출부진이 아니라 너무 비대해진 조직 때문에 인원감축을 추진하게 됐다”며 “고객을 상대하고 혁신하는 데 중심역할을 하지 않는 분야에서 감원을 추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R&D) 예산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휘트먼의 계속되는 감원은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2011년 위기를 맞고 있던 HP의 수장 자리에 올랐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PC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이동하면서 PC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었다.
휘트먼에 대한 주변의 기대는 컸다. HP는 휘트먼이 오기 전 1년 동안 주가폭락과 실적부진을 이유로 두 명의 CEO를 물갈이했다. 휘트먼은 1998년 전체 직원이 30명이었던 이베이의 CEO 직을 맡아 직원 수 2만7천 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으로 육성하는 등 글로벌IT 업계에서 여장부로 통했다.
휘트먼은 CEO가 된 후 2012년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작했지만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HP는 레노버에게 PC시장 점유율 1위를 처음으로 빼앗겼다. 9월 다우지수에서도 퇴출됐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중 하나인 다우지수는 신용도가 뛰어나고 안정된 30개 기업 주식의 주가를 평균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30개 기업 중 특정기업이 더 이상 해당산업 분야를 대표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퇴출된다.
당시 다우지수는 퇴출이유에 대해 “향후 낮은 주가로 인해 산업 지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휘트먼은 여러 차례에 걸친 대규모 감원으로 지난해부터 순이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HP의 앞날은 여전히 불안하다. PC와 프린터, 서버 등의 수요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꾸준한 수익을 안기던 기업용 PC도 인터넷 소프트웨어 도구들이 발전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휘트먼은 또 대규모 감원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섰다. 캐시 레스잭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감원으로 총 30억~40억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휘트먼은 앞으로 주력사업이던 컴퓨터 제조부문을 줄이고 소프트웨어, 보안 서비스와 서버판매 등을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HP는 지난 3월 10억 달러를 클라우드 컴퓨팅제품과 서비스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르면 6월 3D프린터사업에 뛰어든다. 프린터 업은 HP에게 꾸준한 실적을 안기는 효자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