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 상업은행 업무에만 의존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금융회사로 과감히 탈바꿈해야만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은행계열사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투자금융분야를 BNK금융의 핵심 수익원으로 키워내겠다는 대전환을 예고했다.
올해부터 BNK금융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투자금융분야 역량을 키우고 협업체계를 강화해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BNK금융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기업투자금융(CIB)부서를 중심으로 투자금융 분야 영업력을 강화하고 전문 인력도 확충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BNK금융이 투자금융을 주요 수익원으로 키워내려면 지역금융그룹 한계를 넘어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업기반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김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업투자금융부서는 BNK금융이 2018년 신설한 투자금융 특화 영업조직으로 채권 발행과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 기업고객 대상 업무를 전담한다.
올해부터는 이 조직을 중심으로 BNK부산은행과 BNK경남은행 등 은행계열사, BNK캐피탈, BNK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 협업체계를 강화해 투자금융사업에 공동참여하는 등 시너지가 추진된다.
자연히 BNK금융 계열사가 부산광역시와 울산광역시, 경상남도 등 지역경제와 지역 중소기업 고객에 크게 의존하던 사업구조에서 점차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 전체 지배주주 순이익의 80% 이상을 은행 이자이익에서 낸 것으로 추정되는데 투자금융사업을 통해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금융산업 변화에 맞춰 사업구조를 바꿔내며 은행업 위주의 수익 창출 한계를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BNK금융의 사업영역을 전국구로 넓히겠다는 목표를 두고 서울과 수도권에 은행 및 여신금융계열사 영업점을 여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BNK금융의 브랜드 인지도와 영업점 부족 등 약점 때문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금융사업은 충분한 자본력과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네트워크 등 역량만 갖춰져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승산이 있다.
김 회장이 이런 상황을 고려해 투자금융 분야에 BNK금융의 미래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NK금융지주는 지난해까지 투자금융사업에 핵심역할을 하는 계열사 BNK투자증권을 대상으로 4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올해 추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계획도 검토하고 있다.
김 회장이 2019년에 인수를 주도한 계열사 BNK벤처투자도 정부 한국판 뉴딜에 맞춰 신생기업 및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동안 BNK금융에서 투자금융 분야를 키우기 위해 꾸준한 투자와 준비가 이뤄졌던 셈이다.
김 회장이 투자금융 중심으로 사업체질을 과감히 전환해야만 미래가 있다고 강조한 것은 코로나19 장기화로 BNK금융의 성장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상황과 닿아있다.
올해도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제조업과 무역업 등이 크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난해 큰 타격을 받은 BNK금융 은행계열사 실적도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국 김 회장은 투자금융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이런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고 비이자부문 이익 비중도 키우는 해답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BNK금융은 비이자이익 비중이 지난해 약 18%에 그쳤는데 올해 30%까지 높이겠다는 새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맞춰 BNK금융에서 투자금융사업에 더욱 집중하는 조직체계를 갖춰내기 위해 은행계열사 효율화 작업을 추진하는 등 추가로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회장은 최근까지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합병 등 조직 효율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대규모 개편 방안을 검토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BNK금융 모든 임직원이 미래 성장을 위해 과감히 도전하고 변화를 받아들여 투자금융 전문회사로 도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