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 한양 대표이사 부회장 내정자가 한양의 주택사업부문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한양이 주택사업의 전문가로 꼽히는 김 내정자를 대표로 선임한 점은 실적이 줄고 있는 주택사업을 강화해 내년 상장 과정에서 더 좋은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한양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한양이 내년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데 과거 상장 무산의 경험이 있어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한양은 내년 상반기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하반기 상장을 마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을 상장주관사로 선정한 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은 2018년 호반건설의 상장 추진작업을 주관한 곳으로 건설업에 관한 이해도가 높다고 알려져 한양 상장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양은 2010년에 당시 대우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했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상황 악화로 무산됐다.
상장을 앞둔 한양의 새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내정된 김형일 전 현대건설 부사장은 주택사업 전문가로 주택사업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특히 김 내정자는 개발사업과 관련해 많은 경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한양이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발사업 확대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한양은 28일 김 내정자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하며 "김 내정자는 주택뿐 아니라 공공과 민간 개발사업에 사업경험을 쌓아왔다"며 "주택과 개발사업에서 양질의 수주 확보는 물론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양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청라국제도시의 청라국제금융단지와 청라시티타워 사업을 바탕으로 개발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양은 이와 함께 에너지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 친환경에너지사업에서도 부지 조성부터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친환경에너지사업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전망이 매우 밝아 상장을 추진하는 한양의 미래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양은 9월 전남 여수 묘도 액화천연가스(LNG) 허브터미널을 착공하고 본격적으로 LNG사업에 뛰어들었다.
2024년까지 여수 묘도 LNG 허브터미널에 1조2천억 원을 투입해 LNG저장시설 20만㎘급 4기와 12만7천 톤 규모의 선박접안시설을 짓고 준공 뒤 운영도 맡는다.
LNG사업에서 23일 LNG저장시설 4기 가운데 해외 트레이딩이 가능한 1기를 추가로 승인받으며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이외에도 에너지 디벨로퍼로서 태양광사업과 바이오매스발전사업도 펼치고 있다.
바이오매스발전은 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축산 분뇨 등 유기성 폐기물을 처리해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한양은 태양광사업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전남 해남군 솔라시도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7월 새만금 수상 태양광발전소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바이오매스발전사업에서는 전남 광양시 황금산업단지의 발전소 개발사업 착공을 앞두고 있다.
다만 한양은 아직까지는 사업비중이 가장 큰 주택사업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어 이를 끌어올리는 일이 절실하다.
에너지 디벨로퍼 등 미래 기업가치 전망은 밝지만 주력인 주택사업 외형을 회복할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야 내년 상장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양은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전체 매출의 62.7% 비중을 차지하는 건축주택부문에서 매출 2648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동안 2018년에는 5425억 원, 2019년에는 3264억 원을 거둬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내정자는 자체개발사업을 발굴하며 주택사업을 키울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양은 에너지 디벨로퍼 등 사업 다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주택사업에서도 단순 도급공사뿐 아니라 자체 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양은 최근 10여 년 동안 외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한양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선임한 7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5명이 현대건설, 대림산업, 금호산업 등 외부출신이다.
김 내정자는 2009년 9월 한양 대표이사 사장에 오른 박상진 전 현대건설 전무이사 이후 11년 만에 현대건설 출신 대표이사다.
김 내정자는 1959년 2월19일에 태어나 대광고등학교,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축사업본부장, 국내영업본부장, 글로벌마케팅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8년 글로벌마케팅본부장 부사장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