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법원에서 사실상 풀리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개혁에도 제동이 걸렸다.
윤 총장의 반격이 예상되는 상황에 여권은 대응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27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윤 총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여권을 향한 반격을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윤 총장은 휴일인 25일 출근해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자 대량 발생 등 현안을 보고 받으면서 집무를 재개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 징계안을 놓고 집행정지 결정을 내린 다음 곧바로 움직인 것이다.
윤 총장은 당장 월성 원전 의혹 수사에 박차를 가해 윗선 캐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차하면 수사의 칼끝을 청와대로 겨누는 것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윤 총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청와대와 여권이 대응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일단
추미애 장관을 대신할 법무부 장관을 새로 찾으면서 2021년 1~2월로 예정된 검찰 정기인사로 검찰을 제어할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고 연차를 낸 다음 직무에 복귀한 날인 18일에 ‘2021년 1월 하순 발표, 2월1일자 부임’ 등 내용이 담긴 평검사 정기인사 계획을 공지했다.
인사시기는 검사인사규정 등에 따른 것으로 예년과 차이가 없지만 공지시점이 이례적으로 빨랐다. 이에 따라 추 장관이 검찰인사를 직접 단행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시선도 나왔다.
추 장관이 올해 1월에도 검찰 통제를 위해 인사를 활용했다. 장관으로 취임한 뒤 일주일도 안 된 1월8일 윤 총장의 측근들을 대거 대검찰청 밖으로 이동시키는 검찰 간부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했다.
청와대가 추 장관 사의를 수용하면서 새 법무부 장관을 서둘러 찾아 검찰개혁의 고삐를 계속 틀어쥐려고 할 가능성도 있다.
'
추미애-
윤석열 갈등'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높고 추 장관의 징계조처가 잇달아 법원에서 제동이 걸림에 따라 그의 정치적 추진력이 손상됐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지 하루 만인 25일과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데 인사권자로서 사과말씀을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안을 제청한 뒤 사의를 표명했을 때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새로 법무부 장관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청와대를 망설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을 위해선 비검사 출신 인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데 후보군이 적을 뿐 아니라 자칫 검찰이 반발하면서 제2의 조국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논란을 두고 수사를 이미 시작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검찰의 법무부 길들이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부담이 되더라도 추 장관이 직접 내년 1월 검찰인사를 마무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해 파견검사 인사까지 직접 마무리하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국가수사본부 출범에 따른 검경 수사권 조정도 큰 현안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5일 당내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과 긴급회동에서 “법원이 윤 총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며 “특히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을 체계적으로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기회에 검찰에 기소권만 남기고 수사권을 빼앗아 '검찰 개혁을 완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