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축하면서 금융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는 금감원이 내년 사모펀드 관련 제재심의위원회를 진행하면서 금융사 최고경영자를 제재대상에 넣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 원장이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직접 반박한 만큼 내년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금융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원장은 23일 송년기자간담회에서 “일부에서는 금감원이 금융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금융사를 제재하지 않으면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의 책임을 금융사로 돌리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는데 윤 원장이 징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를 판매한 은행에 이어 올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증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제재대상에 포함됐다.
전현직 금감원 직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되면서 금감원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금융사 최고경영자를 제재할 법적근거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따라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이유로 금융사 최고경영자에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에게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직접적 근거가 아니라는 금융사들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윤 원장이 책임전가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제재절차를 앞둔 금융사들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기관제재를 넘어 최고경영자에게도 내부통제 부실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BNK부산은행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하나은행은 내년 2분기 제재심위원회에 오른다.
은행들이 2018년~2019년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집중적으로 판매한 점을 고려하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이 징계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다.
금감원은 내년 2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모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NH투자증권 경영진도 제재대상에 오를 수 있다.
독일헤리티지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한 제재심도 줄줄이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