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수주를 노리고 있는 체코 원전사업의 입찰이 체코 정치권의 갈등으로 계속 지연되고 있다.
정 사장은 체코 현지상황을 주시하며 수주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보다 앞선 신형 원전모델로 체코 원전 수주전에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체코 언론에 따르면 체코 원전사업의 입찰 대상국에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체코 대통령과 야당이 대립하면서 입찰일정이 2021년 1월로 연기됐다.
체코 원전사업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천~1200MW급 원전 1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총사업비가 8조 원 규모에 이른다.
원전 공급사로 한수원, 미국 웨스팅하우스, 러시아 로사톰, 프랑스 EDF, 중국 중국광핵집단(CGN)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체코 정부는 애초 12월부터 원전 공급사들에게 신규 원전사업 입찰안내서를 발급하고 입찰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체코 상원에서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야당들이 국가안보를 내세워 중국과 러시아의 입찰 배제를 주장하면서 입찰이 지연됐다.
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입찰자가 많으면 입찰조건이 체코에 유리해질 수 있다며 입찰 배제를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블리첵 체코 산업부 장관은 2021년 1월 총리 및 각 정당 대표 사이 회의를 통해 입찰 대상국에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 전부를 참여시키는 방안, 내년에 예정된 총선 뒤로 원전 입찰을 연기하는 방안 등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체코 원전사업 입찰이 체코 정치권의 갈등으로 지연되면서 원전 수주에 공을 들여온 정 사장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정 사장은 한수원 사장으로 취임한 뒤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계획 보류 등을 결정해 원전 수주로 성과를 보이는 일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수주활동을 위해 9월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체코 프라하에 직접 가서 신규 원전을 발주하는 체코 전력공사 경영진, 체코 정부, 현지 기업 등을 만나기도 했다.
그는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결집해 체코 원전사업을 수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보다 신형 원전모델인 ‘APR1000’으로 체코 원전을 수주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APR1000은 한국형 3세대 원전모델로 발전용량은 1000MW다. 한수원은 APR1000의 기술적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입증받기 위해 유럽 공통의 신형 원전 설계표준요건인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현재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중공업,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입찰 전담조직도 꾸려 체코 원전사업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한수원은 어느 시점에 입찰안내서가 나오더라도 고품질의 입찰서를 제출하기 위해 팀코리아 입찰 전담조직 운영과 현지 수주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