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히면서 다음 법무부 장관 인선을 놓고 벌써부터 하마평이 무성하다.
17일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의 소병철 의원, 같은 당 박범계 의원, 이용구 법무부 차관 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다음 법무장관은 추 장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현정부의 검찰개혁 과제를 마무리해야 한다.
▲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부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용구 법무부 차관. |
추 장관은 16일 오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만나 사의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추 장관에게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고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조만간 추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인이 국회 문턱을 넘었고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가 일단락됐기 때문이다.
다만 추 장관은 연내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조치와 올해 1월로 예상되는 검찰인사 등까지는 마무리를 한 뒤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7일 추 장관은 연가를 내고 법무부에 출근하지 않았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이 후임 법무부 장관으로는 먼저 거명된다.
소 의원은 21대 총선에서 ‘4호 영입인재’로 전남 순천광양구례곡성갑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2013년 검찰에서 퇴직한 뒤 대형로펌의 영입제안을 거절하고 변호사 개업도 하지 않는 등 전관예우 관행을 끊었다는 점이 민주당에 영입될 당시 높게 평가받았다.
소 의원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검찰출신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검찰출신 인사는 비검사출신 인사보다 조직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정부 당시 판사출신의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에 지명하자 일선 검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 전례가 있다. 이번 추 장관도 판사출신이다.
소 의원은 1986년 검사로 임관한 뒤 법무부 검찰국, 대검 연구관, 법무부 검찰1·2과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10년 대전지검장, 2011년 대구고검장 등을 지냈고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후보로도 거명됐다.
검찰개혁을 향한 소신도 뚜렷하다.
소 의원은 올해 1월5일 민주당의 영입인재 발표 행사에서 “검찰에서 평생 일해온 사람으로서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잘 알고있다”며 “최근 검찰개혁법안이 통과됐고 앞으로도 개혁적 법들이 등장할 것인데 국민의 뜻을 받드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의원이라는 점, 부동산도 잠실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 등은 인사청문회 통과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인다.
다만 소 의원이 호남출신인 만큼 검찰 4대 요직에 이어 법무부 장관까지 호남인사들이 독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총장 징계절차를 주도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도 다음 법무부 장관후보로 거명된다.
이 차관은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 1일 윤 총장 징계에 반발하며 사퇴하자 하루 뒤인 2일에 차관으로 전격 지명됐다. 이 차관의 지명을 놓고 다음 법무부 장관 인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 차관이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로선 검찰조직을 달래기 위해 검찰출신이 좋다고 볼 수 있지만 검찰개혁의 고삐를 더 틀어쥐기엔 비검찰출신이 더 낫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실제 이 차관은 비검사출신으로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냈고 공수처법이 통과될 당시 공수처 출범 준비팀장을 맡아 초대 공수처장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검찰개혁의 의지가 굳건하고 이미 현정부의 노력에 깊이 관여해온 것은 큰 장점이다.
다만 차관으로 지명될 당시 본인 명의 서울 서초동 서초래미안아파트, 배우자 명의 서울 도곡동 삼익아파트 등 강남에 주택 2채를 보유한 사실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는 이런 논란에 “곧 처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 차관은 부인 명의의 도곡동 아파트를 최근 처분한 것으로 17일 일부 언론은 전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다음 법무부 장관후보군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판사출신의 3선 의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으며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검찰개혁에 앞장서 온 대표적 의원으로 꼽힌다.
박 의원은 윤 총장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형’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의 행보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 총장을 향해 “
윤석열이 지니고 있는 정의감과 공정심에 의심을 품게 됐다”며 비판했다. 이에 윤 총장은 “과거에는 저한테 안 그러지 않았나”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박 의원은 17일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누누히 말하지만 일국의 검찰총장이 헌법적 가치를 강조하려면 적어도 어느 시점부터 애써 의도적으로라도 정치와 멀리하는 태도여야 했는데 그 반대였다”며 윤 총장을 비판했다.
윤 총장이 17일 행정소송 제기를 예고하는 등 계속해서 징계 처분의 정당성을 두고 다툴 태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판사출신인 박 의원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소송 대응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