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회사 5곳의 올해 내수 성적표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
현대자동차는 상반기 부진했지만 하반기 들어 내수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는 올해 내수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평탄한 한해를 보냈다.
반면 한국GM은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잘 잡지 못했다. 올해 고전한 르노삼성자동차는 내년을 10년에 한번 오는 기회로 보고 벼르고 있다.
◆ 현대차, 뒷심 발휘
1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1월에 내수 점유율 39.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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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9일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네시스 EQ900 신차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뉴시스> |
현대차는 4분기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신형 아반떼가 제몫을 톡톡히 했고 쏘나타의 판매량도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9월 내수 점유율이 35% 아래까지 떨어졌다.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이 35% 아래로 떨어진 것은 1999년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내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RV 비중이 다른 자동차회사보다 낮아 내수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형 투싼 등 인기 차종의 공급 부족도 점유율이 하락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9월부터 출고되기 시작한 신형 아반떼가 10월에 1만2천여 대, 11월에 1만여 대 팔리며 높은 인기를 누렸고 쏘나타도 두 달 연속 1만 대 가까이 팔리며 내수에서 반등하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내년 1월부터 제네시스 EQ900을 본격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한다. 내년 상반기 기존 2세대 제네시스의 부분변경 모델도 G8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 기아차 최다 내수판매, 쌍용차 흑자전환 앞둬
기아차는 올해 창사 이래 최다 내수판매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11월 국내에서만 5만 대 이상의 차량을 팔았다. 기아차가 내수 판매 5만 대를 넘긴 것은 1996년 12월 이후 19년 만이다.
기아차는 올해 내수에서 모두 48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11월까지 벌써 47만4천여 대의 차량을 팔았다. 사실상 올해 목표는 달성했고 50만 대 돌파라는 신기록도 넘보고 있다.
기아차가 그동안 세운 최다 내수 판매기록은 2011년에 세운 49만여 대다.
올해 기아차의 내수를 이끈 건 카니발과 쏘렌토, 스포티지 등 RV다.
기아차가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과 쏘렌토의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신형 스포티지도 판매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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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식 쌍용차 사장. |
신형 K5도 꾸준한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쌍용차도 올해 즐거운 한해를 보냈다. 쌍용차가 1월 초 출시한 티볼리가 1년 내내 높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내수 판매에서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이 넘는다.
쌍용차는 티볼리 덕분에 8분기 만의 흑자전환도 눈앞에 두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초 티볼리 가솔린 모델을 내놓은 데 이어 하반기 디젤 모델을 내놓으며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렸다. 내년 초에는 롱바디 모델도 출시해 티볼리의 인기를 이어가려 한다.
◆ 한국GM, 기회 못 살려
한국GM은 올해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만났지만 이를 잘 살리지 못했다.
한국GM은 하반기 미국에서 수십 년 넘게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은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수입해 들여왔고 신형 스파크도 6년 만에 선보였다.
임팔라와 스파크는 초반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내수 점유율 10% 달성의 선봉장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형 스파크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신형 스파크는 8월에 기아차의 모닝을 꺾고 경차부문에서 판매1위를 기록했지만 9월부터 판매량이 뒷걸음질했다.
한국GM이 하루에 3천 원만 내면 되는 파격적 가격정책을 내놨지만 기아차가 경차로는 이례적인 80만 원 현금할인을 내걸며 맞불을 놨다.
한국GM이 임팔라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임팔라 판매량도 뚝 떨어졌다. 임팔라 판매량은 9월과 10월 두 달 연속 1천 대를 훌쩍 넘겼지만 11월 판매량은 반토막났다.
현재 대기물량만 1만여 대에 이른다.
◆ 르노삼성차, 내년 기다려
르노삼성자동차는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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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 |
르노삼성차는 올해 신차가 없어 힘겨운 한해를 보냈다. 지난해 높은 인기를 끌었던 QM3도 소형 SUV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량이 주춤했다.
르노삼성차는 아직 12월 판매량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수 꼴찌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하지만 르노삼성차는 내년 공격적으로 신차를 출시해 내수시장 3위를 탈환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모기업 르노의 중형 세단 탈리스만을 출시하며 SM5 때의 전성기를 다시 살리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박동훈 르노삼성차 부사장은 탈리스만 출시에 대해 “10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차는 탈리스만의 광고를 벌써부터 내보내고 대리점을 단장하는 등 내년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영업사원의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내년 미니밴 에스파스와 소형 해치백 클리오 등 르노의 다른 차를 들여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