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이 국내 첫 중고층 모듈러주택인 경기도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사업을 따내 모듈러주택시장을 선도할 계기를 마련할까?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코로나19로 해외 플랜트 수주에서 고전하고 있어 중고층 모듈러주택 건축시장을 선점해 중장기적 국내 주택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9일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따르면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건립사업에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신동아종합건설, 한신공영, 금강공업 등 4개 건설사가 참가의향서를 제출했다.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13층 이상 중고층 주택에 모듈러건축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는 국내 모듈러건축 기술로는 최대 6층이 한계로 여겨져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사업은 중고층 모듈러주택을 선도할 분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참가의향서 제출이 예상됐던 GS건설은 이번 사업에서 발을 뺐다.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사업은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만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필요한 사업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GS건설은 모듈러건축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경기행복주택사업이 공공주택이어서 브랜드와 사업성을 고려해 검토 끝에 발을 뺀 게 아니냐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첫 중고층 모듈러주택사업이라는 상징성을 얻어 주택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참가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하반기 스마트건설 기술 공모전을 잇달아 개최하며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모듈러건축 기술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직접 개발할 때보다 모듈러건축 기술을 빠르게 주택사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모듈러주택시장 선점 의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6월 '2025 스마트건설 기술 로드맵'을 수립하고 건축사업본부 아래 스마트건설 기술 선도조직을 구성했다.
이와 함께 모듈러건축의 핵심인 공장제작건설(OSC, Off-Site Construction) 자체 역량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국내 모듈러주택시장 전망은 밝다.
미래에셋대우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주택 및 건축시장 규모는 2019년 8천억 원, 2020년 1조2천억 원에서 2022년 2조4천억 원으로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정부가 최근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여러 방면에서 고민하고 있다. 공사기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모듈러건축 기술은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아파트 건축에도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기존 예상보다 모듈러주택 시장이 한층 가파르게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현대엔지니어링에게 국내 주택사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코로나19로 주력인 플랜트사업을 중심으로 한 해외 수주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0년 1월부터 11월까지 해외일감 2조5천억 원 규모를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9%가량 줄어든 수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 플랜트시장의 불확실성은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은 도시정비사업을 비롯해 국내 주택사업으로 만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도시정비사업 수주는 2019년 3630억 원에 그쳤으나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1조2800억 원가량을 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에 이어 2대주주(11.7%)에 올라 있다.
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이 자금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 만큼 현대엔지니어링은 모듈러주택을 비롯해 수익성이 좋은 주택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건립사업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751-3번지에 13층, 최고 높이 42m, 106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을 모듈러 공법으로 짓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는 176억 원 규모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2021년 1월14일 사업신청서를 접수받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2021년 5월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사기간은 15개월로 예정됐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용인영덕 경기행복주택 건립사업과 관련해 "아직 사업신청서 제출까지는 한 달 정도 시간이 남았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