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이 친환경역량의 강화를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4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내년을 ‘그린밸런스 2030’의 기반을 완성하는 해로 만들겠다는 기조 아래 친환경 신사업의 발굴에 속도를 낸다.
그린밸런스 2030은 2030년까지 사업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0으로 만들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환경전략이다.
정유 자회사 SK에너지와 화학 자회사 SK종합화학이 친환경 강화의 선봉에 선다.
SK에너지는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프로젝트를 총괄해 담당하고 SK종합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기존의 친환경사업 이외에 다른 친환경 화학소재의 개발에도 더 힘을 쏟는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조직개편을 통해 친환경 역량 강화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앞서 3일 실시된 SK이노베이션의 조직개편에서 SK에너지 아래 R&S(정유&시너지) CIC(Company In Company, 회사 안의 회사) 라는 조직이 신설됐다.
이 조직은 기존 정유사업의 가치사슬(밸류체인) 안에서 친환경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주목되는 것은 인선이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서 정유제품 거래를 담당하는 계열사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의 서석원 대표이사 사장을 SK에너지 R&S CIC의 장으로 앉혔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자회사들 사이의 경계, 직책이나 직급에 따른 서열 등 기존의 조직 문화까지도 깨야 한다는 의지를 인사로 보여준 셈이다.
SK그룹에서 환경은 더 이상 추상적 개념이 아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문 아래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 이 작업이 시작된 뒤로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서 환경적 측면에서 약점으로 자리잡게 됐다.
6월 SK이노베이션이 발표한 2019년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살펴보면 경제 간접기여 성과를 1조2183억 원, 사회공헌 성과를 768억 원씩 냈다. 그런데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마이너스 1조1234억 원으로 측정됐다.
비즈니스 사회성과 항목은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측정한 결과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와 화학 등 대표적 굴뚝산업을 수행하는 만큼 사업이 곧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 점이 마이너스 1조1234억 원이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김 사장은 “이대로는 안 된다는 SK이노베이션의 현실을 절실히 보여준 측정결과다”고 혹독하게 자평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경영활동만으로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은 배터리뿐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내부적으로 배터리사업이 2022년에야 손익분기점에 이를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 사장이 2021년의 사회적 가치 지표를 극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방법은 정유와 화학 등 기존 주력사업의 친환경 역량을 강화하는 것뿐이라는 뜻이다.
3일 이뤄진 SK그룹의 임원인사와 함께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조직에 변화가 있었다.
기존의 에너지화학위원회가 사라지고 환경사업위원회가 신설됐는데 환경사업위원회의 위원장으로 김 사장이 선임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의 에너지사업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다”며 “
김준 사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환경사업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은 SK이노베이션이 지닌 환경의 약점을 극복하라는 과제를 부여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그린밸런스 2030 전략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는 2019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받아들며 이미 각오를 보였다.
당시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에게 그린밸런스 2030은 미래 생존 여부를 결정짓는 전쟁으로 선택의 여지가 전혀 없다”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