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종합검사와 관련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징계가 받게 되면 전영묵 대표이사 사장은 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고 헬스케어,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26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삼성생명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경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2019년 실시한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의 징계안을 심의·결정한다.

금융감독원은 10월 삼성생명에 사전통지문을 보내 기관경고 수준의 징계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보호를 우선시하는 기조를 고려하면 기관경고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 결과가 이후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면 삼성생명은 1년 동안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다.

전영묵 사장은 그의 강점인 자산운용부문을 강화하려는 경영전략을 추진하고 있는데 기관경고를 받으면 이러한 계획에 부담을 안게 된다.

전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삼성생명 대표에 오르기 전 최근 5년 동안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전 사장은 인수합병 등으로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전문운용사를 둬 삼성자산운용 등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을 담당하도록 하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대체운용사와 글로벌 전통운용사 등에 지분을 투자해 자산운용업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1년 동안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자회사를 인수할 수가 없게 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금융사를 인수할 때도 같은 승인절차를 밟아야 한다.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하는 헬스케어 사업도 어려워진다.

삼성생명은 국내 보험사업을 지원하고 신규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헬스케어서비스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데 기관경고가 확정되면 서비스를 개발해도 1년 동안은 내놓을 수 없게 된다.

삼성생명이 기관경고를 받으면 계열사인 삼성카드가 추진하는 마이데이터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 제재 결정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카드가 신청한 마이데이터 허가 심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71.9%를 쥔 대주주다. 삼성카드가 마이데이터 경쟁에서 밀려 실적에 영향을 받는다면 삼성생명의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삼성생명 제재심의위원회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요양병원 암 보험금 미지급’과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환자들의 요양병원 입원이 암의 직접적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것인지 또는 암의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는 입원인지를 두고 삼성생명과 암환자 모임 사이 의견이 갈리며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입원을 직접적 암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이후 소송전으로 번졌다. 

앞서 9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보험업계에서는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소비자 보호기조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법원 판결이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있다.

윤 원장은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생명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징계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건은 삼성생명의 전산시스템 개발 용역을 맡은 삼성SDS가 개발기한을 지키지 못했으나 삼성생명이 배상금을 받지 않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삼성생명이 손해를 감수한 행위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및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의무 위반 등으로 보험업계의 예상보다 강한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