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전남 영광 한빛원전 5호기의 부실공사 문제로 또 가시방석에 앉게 될 수 있다.
한빛원전 5호기 부실공사 의혹이 검찰수사로 번질 수 있고 지난해 한빛원전 1호기 출력 급증사태로 빚어진 지역주민과 안전문제를 둔 갈등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도 나온다.
23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한빛원전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84개 가운데 모두 3곳이 규격에 맞지 않게 용접된 사실이 확인되며 관통관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는 한빛원전 5호기 원자로 헤드의 관통관이 부실하게 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10월30일 조사를 시작했다.
원자로 헤드는 원자로를 담고 있는 용기이고 관통관은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의 통로가 되는 설비다. 관통관에 문제가 생기면 핵분열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수원은 자체 조사에서 관통관 1곳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원안위는 추가로 관통관 2곳에 문제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위는 작업과정이 촬영된 CCTV 영상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영상 상태가 불량하거나 영상이 아예 없는 것도 있어 추가 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관통관 부실공사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에 잘못 시공된 부분을 교체하는 일로 한빛원전 5호기의 재가동은 당분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빛원전 5호기는 4월부터 설비 점검을 진행한 뒤 10월부터 시험가동을 통해 정상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 사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빛원자력본부에서 5호기 용접불량으로 추가 조사와 문제해결을 위한 보수공사에 몇 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원자력안전위는 한빛원전 5호기 문제를 놓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원자력안전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사를 진행해 위법 사항이 발견된다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최근 경주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한수원 경주 본사가 압수수색 당하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한빛원전 5호기 문제로 검찰수사가 진행된다면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인근 한빛원전 1호기 문제로 지난해 지역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는데 한빛원전 5호기 때문에 갈등상황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다.
한빛원전 1호기는 지난해 5월 재가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원자로 출력이 급증하면서 원자로를 수동으로 정지해야 했다.
당시 지역주민들이 안전을 문제 삼아 한빛원전 1호기 가동을 반대하자 한수원은 사과문을 내고 근본적이고 실효성이 있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한빛원전 5호기에서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다시 발생하면서 한수원의 약속은 무색해지게 됐다. 지역주민들도 원자력안전위에 이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장영진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 위원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수원과 원안위 등이 셀프검증해 진실을 은폐했다”며 “원안위와 별개로 주민들이 직접 나서 검찰 고발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협의회는 지역주민, 지자체 직원, 지방의회 의원, 전문가 등이 참여해 원전 주변 지역과의 소통을 위해 원자력안전위가 각 원전 설치지역에서 운영하는 기구다.
한빛원전 5호기의 관통관 용접공사를 맡은 두산중공업과의 갈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가동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신한울원전 3·4호기 설비 사전납품 문제로 한수원과 갈등을 겪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2015년 신한울원전 3·4호기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납품계약을 맺기 전에 사전작업을 한수원으로부터 승인받아서 설비를 제작하다가 중단해 손해를 봤다.
한수원 관계자는 “용접이 잘못된 부분은 두산중공업이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하자처리를 했다”며 “나머지 사항은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지역에 신뢰회복을 최우선을 고려한 후속조치를 세워 실행에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