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규 하나은행장이 사모펀드를 다시 판매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고객 신뢰회복을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하나은행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모펀드를 다시 판매하기로 결정한 만큼 지 행장의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19일 은행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은행이 사모펀드를 다시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연이은 사모펀드 환매중단으로 고액자산가들의 사모펀드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4월 내놓은 ‘2020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고액자산가들은 사모펀드 등 간접투자보다 직접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금융상품 선호도 조사에서도 사모펀드는 2019년 5위에서 올해는 15위로 크게 밀려났다.
판매사인 은행이 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설명자료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하는 등 은행의 책임도 무거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 행장은 불완전 판매 등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사모펀드를 향한 고객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판매를 아예 접을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판매 재개를 미룰 수 없다는 의지도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은행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일부 영업정지 6개월 제재를 받았는데 사모펀드 판매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상황, 투자자산, 운용사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안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사모펀드를 판매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중단하면서 판매잔고가 크게 줄었다.
하나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1월 말 3조 원에서 8월 말 2조2천억 원으로 27% 감소했다. 사모펀드 환매중단를 비켜간 KB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잔액은 6조6천억 원에서 7조4천억 원으로 늘었다.
하나은행 수수료수익이 감소한 점도 지 행장이 사모펀드 판매를 재개하기로 한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올해 하나은행은 3분기까지 수익증권(펀드)수수료로 831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했다.
사모펀드 판매 재개는 하나은행을 향한 고객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볼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태에 이어 옵티머스자산운용,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에도 엮여 있기 때문에 하나은행이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판매와 관련해 올해 3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판매업무에서 업무정지 6개월 제재를 받았다.
행정법원에서 금감원 제재를 대상으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 사모펀드를 팔 수 있었지만 판매를 재개하지 않았다.
지 행장은 사모펀드를 팔지 않는 동안 투자상품 완전판매를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7월 초 리테일그룹 아래 있던 자산관리사업단과 투자상품서비스(IPS)본부를 따로 떼어내 ‘자산관리그룹’을 만들었다.
투자상품 리콜제, 투자상품 수익률을 모니터링하는 사후관리 절차(Post-Sale Review) 등도 도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