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채권 재분류효과에 더해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재무 건전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2년가량 앞둔 만큼 추가 자본확충에 관한 여 사장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이 올해 자본확충 없이 순이익 증가를 통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9월 말 기준 한화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65.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7%포인트 올랐다.
지급여력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 기준금액으로 나눈 값이다.
지급여력금액은 보험회사에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해 지급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완충작용을 하는 돈을 말한다. 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 누계액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순이익이 증가하면 지급여력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순이익 311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34조 원 규모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한 것도 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지는 효과로 돌아오고 있다.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면 평가이익을 인식할 수 있다. 평가이익은 자본항목의 기타자본 구성요소로 잡힌다.
한화생명은 3분기 말 기준 매도가능 금융자산 평가이익 3조5608억 원을 기타자본 구성요소로 인식했다. 지난해 3분기 말 매도가능 금융자산 평가이익은 9476억 원이었다.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새 국제회계기준, 신지급여력제도 도입을 대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2023년 보험사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 등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16일 보험연구원은 새 회계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국내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한화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가장 낮다. 9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345%, 교보생명은 356.5%로 나타났다.
여 사장이 추가 자본확충을 고민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화생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한화생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2조563억 원에 이른다.
그만큼 이자부담도 크다는 점은 추가 자본확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화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신종자본증권 이자(배당)로 631억 원을 지급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본확충은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지급여력비율 등 재무 건전성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